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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살며 사랑하며

<제79호> 잠이 오는 순간_정미진 일꾼

by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2019. 10. 22.

언젠가부터 꿈꾸는 일이 별로 없었는데 최근 인상적인 꿈을 하나 꾸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꿈 이야기를 하나 해볼까 합니다.

 

꿈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익숙한 지역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한 사람이 제가 있는 곳으로 오기로 되어있었지요. 그 사람은 버스를 타고 제가 머무르는 곳으로 오고 있었고, 저는 기다리고 있었죠. 기다리고 있는데 이때 제 친구로 추정되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그 친구는 저를 데리고 갑자기 계단이 무척 많고, 오래되고, 낡은 그런 어느 공간에 들어갔습니다. 그 공간의 구조는 꼭 몇층인지도 모르는 건물 비상구계단 같았어요. 정말 지저분하고 무서운데 모순적이게도 아늑한 기분이 들었지요. 그리고 직감적으로 제가 있는 곳으로 오기로 한 그 사람을 마중가려면 이곳의 계단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어요. 그 공간에 다리가 여러 개 달리고 긴 갑옷을 입은 큰 벌레가 구석구석 숨어서 살고 있지 뭐에요. 근데 글쎄 그 벌레가 사람 몸에, 목 뒤에, 허리에, 팔에, 발에 하나씩 휘감으면서 들러붙고 있었어요. 저는 너무 놀라고 무서워하고 있는데 옆에 친구가 저에게 그러는거에요. “이거 별거 아니야~” 그렇게 말하면서 자기 몸에 붙은 벌레를 떼어내고 있는거에요. 저는 그걸 멍하니 바라보다 금방 자신감을 얻은 마음으로 제 몸에 붙은 벌레들도 하나씩 떼어 바닥에 패대기를 쳤습니다. 너무 무서웠는데 빨리 떼어내고 오래된, 왠지 익숙한, 지금이 아니면 못 벗어날 것만 같은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어요. 더 중요한건 제가 무서워하면서도 웃으면서 재미있게 그 벌레를 띄어 바닥에 패대기치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친구랑 난 그렇게 벌레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다 뜯어낸 후에 그곳을 나가게 되었어요. 저와 친구는 그렇게 그 공간을 나오게 되었고 그 친구는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졌어요. 그 공간을 나와 저는 저에게 오고 있는 그 사람을 기다리면서 여기까지 오면 어디서 재울까” “뭘 하고 놀까고민하면서 피곤하지만 설레어했고, 그렇게 그 사람을 기다리다 잠에서 깨어났어요.

 

새벽에 잠에서 깨어났는데 그 꿈이, 벌레들이 너무 꿈같지 않게 선명했습니다. 기분이 너무 묘했어요. 그래서 이 꿈을 메모장에 쭉 적어 내려갔어요. 그리고 곰곰이 고민해보았죠. 그 꿈속에서 나타난 내 친구’, 그리고 나에게 오고있던 사람그 두명은 어떤 사람을 의미할까? 꿈속에서 굉장히 친숙한 사람들이었는데 그 사람은 현실에서 누구를 의미했을까? 그리고 난 왜 이런 꿈을 꾼 걸까? 개꿈이라기에는 뭔가 기억하고 싶고,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그런 꿈이었어요.

 

여러분은 이 꿈이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몇 일후에 아는 분이 꿈해석이라는 상담을 몇 개월 받은 적이 있다면서 저에게 그런 말을 해주셨어요. 꿈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람들은 사실 자신의 또다른 자아를 의미한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각 다른 등장인물들의 행동, 내용은 자신이 원하는 혹은 하고 싶은 행동들일 수 있다고 이야기 해주셨어요.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어요. 나에게 어떤 변화가 생기고 있고 그 길목에서 나에게 영향을 주는 어떤 사람들을 인지하기 위해 저 꿈을 꾸었다고, 그래서 그 꿈에서 등장한 사람들은 실제 나에게 큰 영향을 주는 사람들 일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저 두 등장인물이 내 자신의 다른 자아 일 것이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죠. 잠이 오는 순간, 저는 자신에게 어떤 것을 알리고 싶었던 걸까요?

 

돌이켜보면 저는 언젠가부터 최대한 이성적인 판단에 의한 모습들만 외부에 들어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겨났던 것 같습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에는 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것을 유지하기에 저는 넘치도록 엉뚱하고 감정적인 사람이었고, 저런 강박을 지켜나가기엔 빵빵한 풍선처럼 위태 위태 한 순간도 자주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누군가 저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너의 직관적이고 엉뚱한 모습들을 남에게도 들어내봐막막한 이야기였지만 매월 소소한 글을 써내는 이 공간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소설이 인권을 발명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린 헌트의 <인권의 발명>대목이 떠올라 오늘은 제 꿈 이야기를 용기 내어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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