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산 위에서 부는 바람100 그리웠던 시선으로 바라보는 지금 그리웠던 시선으로 바라보는 지금잔디 # 봄이 온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하염없이, 눈이 내린다. 눈 내리는 화요일 오전. 골목을 걸어 갤러리 마당 구경에 나섰다. 아직 이름을 알지 못하는 꽃들이 고개를 조금 들고 피어나고 있었다. 쪼그리고 앉아 눈을 받치고 선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숨 참으며 사진도 찍고 눈 때문에 꽃이 얼지 않을까 걱정도 해보고 내리는 눈 속에 서서 고요히 눈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갤러리 정기휴일이라는 안내글을 보고 돌아서서 집에 가려하는데 어디선가 갑자기 금동이가 다가와 숨을 거칠게 쉰다. 곧이어 금동이를 부르는 갤러리 언니의 목소리. 언니가 정기휴일 안내문을 떼고 “니노씨 커피 한잔 하고 가”라는 엄청 반가운 말씀을 건네신다. 갤러리 한 켠에 바깥풍경이 훤히 보이는 환한 자리에 앉아.. 2025. 3. 25. 경이, 도경 경이, 도경잔디 고등학교 3년 내내 경희와 한 반에서 지냈다. 경희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두 명이어서 우리는 3번 경희, 4번 경희라고 부르기도 했다. 한 사람은 보통의 키보다 작은 키였고, 한 사람은 매우 큰 사람이었다. 한 사람은 우리 반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소매와 바지 자락을 걷고 관여하는 사람이었고 한 사람은 그런 그를 말 없이 돕거나 지금은 오지랖을 멈출 때야 라고 눈빛으로 기어를 변환해 주는 사람이었다. 그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를 때 안전지대 같은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5번 김도경이었다. 김도경은 우리 반에서 눈싸움의 1인 자였는데,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상대가 눈을 끔뻑할 때까지 결코 눈을 감지 않는 놀라운 능력을 지닌 자였다. 그런 그를 바라보면서 눈싸움 시작과 동시에.. 2025. 2. 25. 나에게, 그리고 그대에게 나에게, 그리고 그대에게잔디 “다들 안 온다고 하면 우리 딸 혼자라도 오라고 그래.”라는 문장이 있다. 큰 딸, 큰 애라는 호칭이라 아니라 그냥 우리 딸.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딸이 될 수 있지만, 여기에 오롯이 하나인 우리 딸. 나는 그 우리 딸이다. 유리 같은 마음이지만 유리는 또 우리 딸만큼은 아니어도 다양한 유리가 있으니, 이제 ‘유리 같은 마음’이라 말하여도 방탄차의 유리를 상상할 수도 있기를.어떤 경위로든 두려움과 불안은 내 속으로 들어와 잠식한다. 과거에 내가 경험한 숱한 순간들. 그 순간들 속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내가 있었다. 그 어쩔 줄 몰라 하는 마음은 행동이 되기도, 생각이 되기도 감정이 되기도 하였다. 어쩔 줄 몰라 하던 아이가 자라나 혼자 서있는 지금에도 여전히 그 행동이, 그 .. 2025. 1. 27. 이전 1 2 3 4 ··· 3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