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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살며 사랑하며

<제56호> 2016년 12월에..._임경미(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by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2019. 10. 22.

 

 

12월의 끝자락... 강한 바람과 함께 겨울비가 내린다. 온 나라가 심란스러움을 아는 듯이 날씨마저도 뒤숭숭하다. 항상 이쯤이면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 하며 그래도 어려운 시절, 일 년을 잘 살았다고 서로를 위로 하고 위안을 받으며 토닥토닥 마무리를 했던 것 같다. 하지만 2016년은 앞도 보이지 않고, 빠져 나올 수 없는 어두운 수렁으로 빠져드는 이 나라 꼴 때문인지 마무리가 되지 않을 듯하다. 이래저래 심란한 마음을 추스르고자 하는데 슬픈 소식이 전해졌다.

 

장애동료이자 동료상담가로 함께 활동하던 활동가의 부고... 12살때 꽃동네 시설에 맡겨져서 시설에서 15년을 살다 28, 탈시설을 하고 이제 막 자립생활을 시작한지 6년차인 동료가 오늘 아침 너무 허무하게 우리 곁을 떠나갔다. 급작스럽게 찾아온 독감과 급성폐렴이 그를 찾아 온지 일주일도 안 되어 하늘로 가버렸다. 그는 탈시설을 하고 처음 시작했던 것이 공부였다. 이유는 장애전문변호사가 되기 위해서였다. 이 나라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전사가 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삶이다.

 

국가는 많은 사회복지서비스를 지원하는 듯 홍보를 하고 많은 사람들은 그 허위광고에 속고 있다. 막상 장애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일들이 너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러한 삶을 너무나 잘 알고 있던 그는 그렇게 억울하게 살아가는 동료장애인들을 변호하고 권리를 찾아주기 위해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도 했고 장애동료들의 권익옹호를 위한 집회의 현장에서 화려한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목이 터져라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이제 영원히 볼 수 없게 된 현실에 가슴이 먹먹하다. 장애인당사자의 시설에서의 삶, 그 굴곡의 삶을 살다 이제 막 자신의 뜻대로 자립생활을 시작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열정을 다해 삶을 살았던 사람, 우리는 그를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이곳에서 고단했던 이곳의 삶을 잊고 편히 쉬기를...

 

이러한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지금의 정권에 대한 분노는 더욱 커져간다. 전체 예산에 1%도 안 되는 장애인복지예산, 그 안에 장애당사자들의 삶과 죽음이 왔다갔다 하는데 그 예산을 늘리기는커녕 깎아내리려는 사람들, 나랏돈이 마치 자신들인 것 마냥 몇몇의 사람들의 사익 [私益]으로 몇 천억이 오고가는 현실을 보면서 더럽고 썩은 역한 냄새가 곳곳에 퍼져 토악질이 나온다. 그들에겐 국민도 없고, 법도 없고, 오직 그들 자신만의 이익만이 존재하는 듯하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어 닦아내려야 할지, 진정 닦아는 질지도 의문이다. 그런 역한 냄새를 맡고 파리 떼처럼 달려드는 사람들을 보면서 기대보다는 한숨이 먼저 나온다. 누구는 역한 냄새에 숨쉬기도 힘든데 누군가는 그 역한 냄새를 기회로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라고 그들을 국회로 보내고 청와대로 보냈다. 하지만 그들은 국회에 입성을 하고 청와대에 입성을 하면서 국민을 잊고 살아가는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 자리에 영원히 설 수 없음과 그 자리는 국민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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