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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살며 사랑하며

<93호> 실패(?)도 내 마음대로 못하는 세상?_이재헌(청년정당 우리미래)

by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2020. 1. 28.

선천적 장애인은 어려서부터 장애를 갖고 나오니까 의지가 좀 약하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얼마 전 공식적인 대담에서 했던 말이다. 이해찬 대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항상 부족한 존재로 인식한다. 안타깝게도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담당자들도 다르지 않을 때가 많다. 장애인의 삶에서 불편한 일을 지원해주는 장애인활동지원사가 오히려 자신의 가치관대로 이용자(장애인활동지원업무에서 계약을 맺는 장애인을 지칭하는 공식 명칭)의 선택에 개입하는 모습을 적지 않게 보게 된다. ‘잘못된 선택을 막는다는 이유로 말이다.

 

한 이용자와 장애인활동지원사가 있다. 최근 자립한 이용자 A는 수입이 많지 않고 임대 아파트에 산다. 그의 장애인활동지원사 B는 몇 년 뒤 임대아파트 계약이 끝나면 A가 큰 아파트로 이사 갈 수 있도록 무리해서라도 저축해야한다고 생각했다. B는 이용자 A에게 적은 수입의 60%를 저축하도록 설득했다. 하지만 자립한지 얼마 안 된 A는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그리고 B는 날씨가 안 좋다는 이유로 또는 교통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종종 휠체어를 타는 A의 외출을 말리기도 했다. A는 크고 작은 일상 활동에서 B가 자꾸 자신의 생각대로만 강요한다고 느꼈다. A는 직접 B에게 불만을 말하지는 못했다. 대신 A는 담당 기관에 B의 교체를 요청했다.

 

난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왜 두 사람은 서로 소통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사실 두 사람의 관계는 표면적으로는 평등한 계약관계지만 현실에서는 한 사람이 자신의 일상 대부분을 타인에게 의지해야하는 평등하지 못한 관계였다. 또한 장애인과 장애인활동지원사 사이의 직접 소통이 비장애인들처럼 이뤄지지 않을 때가 많다. A는 언어장애도 있어 표현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비장애인인 나도 이용자의 입장을 알지 못했다.

 

어떤 이는 ‘B 씨가 무슨 잘못을 했지?’라고 한다. 독립한지 얼마 안 된 장애인들 중 월급을 하루 이틀 만에 소진해버리는 이용자도 상당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격기 전에 미리 개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냐고 이야기한다. 난 과거 내가 후회하거나 실패했던 선택들이 떠올랐다. 필요하지도 않은 수 십 만원 짜리 카메라를 사서 서랍에 박아뒀다. 10년 넘게 공부했던 전공이 맞지 않아 그만 두기도 했다. 이제 마흔이지만 저축은 안하고 탕진만 했다. 타인이 봤을 때 이해 못하거나 실패한 것처럼 보이는 선택들이다. 누가 나서서 이런 선택을 막았다면 지금의 나보다 더 좋아졌을까? 난 이 경험들을 후회할지는 몰라도 실패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시간은 나를 성장시키고 내가 살아가는 길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됐다. B씨나 B씨를 옹호하는 사람들도 나와 같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의 판단으로 인해 이용자 스스로의 의지대로 살아갈 기회를 막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실패할 수 있는 자유와 기회를 보장하라

장애인 당사자 활동가인 내 친구가 던지는 말 한마디가 무겁다. 한 개인이 자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먹고 사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지금 제일 필요한 것은 그들 삶에 대한 진정한 존중이다. 매일 뉴스에서 4월 총선을 준비하는 정당과 정치인들 이야기가 시끄럽다. 이런 철새들 소식보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청년, 여성, 이주민, 성소수자 그리고 청소년 등 약자가 존중받으며 살 수 있는 사회에 대한 논의나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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