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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살며 사랑하며

<제46호> 봄이 오는 길목에서... 임경미(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by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2020. 6. 16.

불어오는 바람 속에도 유리창에 부딪혀 부서지는 햇살에서도 이제 겨울은 없다. 아직 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되지만 봄날 가늘게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처럼 느껴지는 봄기운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다시 시작 할 수 있을 것 같고, 잘못된 것을 바로 잡을 수 있을 것 같고, 되돌아와도 늦지 않을 듯한 계절은 봄이 아닐까?

 

가난한 이들과 장애를 갖은 이들에겐 겨울나기는 참 어려운 계절이다. 지난겨울은 이들에게 더 혹독한 추위와 절망으로 참기 어려운 고통의 나날로 더욱 그러하였다. 확대하여 나가도 모자랄 복지가 유턴을 하고 있다. 유사·중복이라는 미명하에 사회보장제도에도 반하는 행위를 서슴치 않고 가난한 이들과 장애를 갖은 이들의 생명줄과도 같은 활동지원제도와 복지 전반시스템을 가지고 자신들만의 기준의 잣대로 왜곡된 시선으로만 보이는 대로 난도질을 하고 있다.

 

중증장애인의 사회참여와 지역에서 살아 갈 수 있도록 마련된 활동지원제도 장애당사자들의 많은 희생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제도이기도 하며 자립생활과 맞물려 지역에서 자립을 하며 살아가는 장애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현재 복지부에서 내리는 시간으로는 최중증·독거장애인이 혼자 살아가기에는 시간이 많이 부족하여 스스로 살아감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하여 지자체에서 별도로 활동보조 추가지원을 하고 있다. 그리고 몇몇 지자체에서는 24시간 지원이 가능한 곳도 있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지자체에서 내리는 추가지원이 복지부와 중복이 된다며 예산을 삭감하고 있다. 그들에겐 그냥 돈으로만 보이겠지만 중증장애인들에겐 생명과 연결되어 있다. 중복이란 말로 삭감하기 전에 왜? 추가지원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먼저 고민하고 둘러봐야 하는 게 그들이 진정 해야 할 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고귀한 생명과 직결된 사안을 어찌 이리 가볍게 여길 수 있는지 이해 할 수 없는 일이다. 아니 솔직히 화가 난다.

 

8~9년 전인가? 한국의 인구감소가 프랑스보다 앞서있다며 매체며 뉴스의 도배하던 때가 있었다. 매일 뉴스 한 꼭지를 차지하던 인구감소, 곧 이 나라가 망할 것처럼 난리법석을 떨며 아이를 많이 낳아야 한다던 정부, 출산장려의 궁여지책으로 시골에서 아이를 낳으면 축하금을 주기도 했다. 그것도 한 가정에 다자녀를 장려하면서 축하금은 더 많아졌던 기억이 난다. 정부의 출산장려 프로젝트에는 아이들에 대한 교육혜택과 여성들이 임신을 많이 할수록 다양한 혜택이 있다며 과대포장을 하더니 10년이 채 되기도 전인 2016년 올해 누리과정 예산을 싹뚝 잘라 버렸다. 엄마들이 뿔난 건 당연하다. 아이들을 볼모로 이러한 몰염치한 행위를 하는 정부에 화날 만하지 않은가?

 

올해는 총선이 있는 해이다. 벌써 후보자들은 지역에 일꾼이 되어 일 잘하겠다며 거리에 나와 지나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고 연신 허리를 굽히고 두 손을 맞잡아가며 민생을 지키겠다고 한다. 선거 때마다 너나 할 것 없이 1순위 공약처럼 보편복지, 복지확대를 입에 게거품을 물듯이 쏟아낸다. 하지만 푸른 기와집으로만 들어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일 잘하겠다는 일꾼의 얼굴은 보기도 어려워진다. 민생을 지키겠다는 그들의 칼날에 민생이 울고 죽어가고 있다. 국민의 세금을 허투루 사용할 수 없다는 그들은 가난한 이와 장애를 갖은 이들에게 칼 같은 잣대를 들이대며 생명권, 기본권을 무너뜨리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본인들이 말하는 저성과자 임에도 불구하고 4년간 고액의 월급을 받아가고 하물며 죽을 때까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국회의원 연금법도 통과시켰다. 국민의 혈세로 말이다. 글이 쓰여지는 동안 내 마음의 빨간 신호등이 켜졌다. 다시 파란 불이 켜지도록 멈춰 서서 다시 시작 할 것이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야 함을 포기 하지 않고 함께 할 것이다. 다시 돌아와 그들의 마음에도 빨간불이 켜져 그들도 멈춰 서서 잘못됨을 깨우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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