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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살며 사랑하며

<109호> 아동학대 희생자들을 추모하며_서재욱(청주복지재단 연구위원)

by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2021. 6. 1.

 

지역에서 연이어 비극적인 소식이 들려온다. 생활고에 시달린 일가족 4(유아 2명 포함) 동반 자살, 발달장애 아동을 키우던 어머니의 자살, 그리고 가장 최근에 아동학대 및 성폭력 피해자인 여중생 2명의 자살 사건까지. 이 모든 사건은 사실 인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아동학대 및 성폭력 피해자 여중생의 경우 이미 성폭력 사건으로 두 차례나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신청되었다가 기각되었다는 점에서 비극적인 선택을 막지 못한 안타까움이 크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아동학대가 조기에 발견되어 적절한 조치가 취해졌다면 성폭력의 발생까지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 1정인이 사건발생 이후 아동보호체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이번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아직 많은 빈틈이 남아있어 학대에 고통받는 아동·청소년들이 적지 않다. 올해 3월부터 즉시분리제도가 시행되었지만, 1년에 2회 이상 아동학대로 신고가 되어 학대피해가 강하게 의심된 경우에만 즉시 분리가 가능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학대 부모와 피해 아동이 일상을 계속 함께 하게 된다. 아버지와 함께 모텔을 전전하다 심정지로 이송된 생후 2개월 영아의 경우도 이미 그 존재를 지방자치단체에서 파악하고 있었지만 분리 보호를 할 근거가 없어 사건의 발생을 막지 못했다. 한편, 아동학대 의심 사례 발생 시 가정방문을 거부하는 경우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속적인 방문거부는 신고할 수 있으나 뚜렷하게 나타나는 징후가 없으면 실제 신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다른 한편으로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업무 과중, 아동보호전담요원의 불안한 처우, 불충분한 교육·훈련, 포화상태에 이른 쉼터, 부처 간 협업의 부족 등의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몇 가지 문제를 먼저 이야기하면, 정부가 올해 1월 발표한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방안에서는 전국 229개 시군구에 664명의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배치하기로 하였으나, 724시간 운영되어야 하는 특성을 고려할 때 인원이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리고 상담, 건강검진, 심리검사는 물론 양육상황에 대한 모니터링과 사후관리까지 맡고 있는 아동보호전담요원의 경우 그 신분에 대한 규정이 없어 지자체마다 임기제 공무원 또는 기간제 근로자 등 서로 다른 방식으로 채용을 하고 있고, 고용이 보장되지 않아 아동학대 예방의 중요한 주체로 인정을 받지 못하기도 한다. 학대피해아동 쉼터는 이미 많은 지자체에서 포화상태가 되어 청소년 쉼터에서 피해아동을 임시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서는 기층에서의 인권감수성 제고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아동학대가 주로 부모-자녀라는 특수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을 감안하면 가장 바람직한 아동학대 예방은 학대행위자가 스스로 무엇이 잘못인지를 깨닫고 양육 방식을 고치는 데 있다. 모든 아동학대 사례를 사법적 처벌과 시설 입소로 해결할 수는 없다. 사회적 지지도 필요하다. 발달장애 아동을 키우던 어머니의 경우, 자녀에게 화를 내던 자신의 모습을 자책하던 어머니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인데, 이 경우 어머니의 양육 스트레스를 개인의 문제로만 여길 수는 없을 것이다.

 

한편, 학대피해아동 보호는 지방자치단체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현재 학대피해아동 발굴과 사례관리는 기초지자체의 아동보호팀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역할을 분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올해 청주시 아동학대예방 및 보호지원체계 강화 방안 연구를 수행하게 되었는데,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현장을 찾아다니며 개선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다시금 삼가 아동학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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