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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살며 사랑하며

<127호> 나를 돌보는 연습 10

by 인권연대 숨 2022. 12. 7.

무의미의 유의미 - 내 마음이 당신의 위로가 되길 바라며

동글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내 마음을 가득 채울 때

소중한 내 친구에게 얘기했다.

 

친구는 오늘 당장 만나자고 했다.

친구와 마주할 자신이 없어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오늘은 시간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친구는 포기하지 않고,

시간을 만들어 내게 왔다.

 

해인 척하는 달

솔 솔 바람

따뜻한 커피와 소금 빵

보랏빛 꽃다발

꾹꾹 마음 눌러 담은 너의 편지

 

너는 네 마음이 어떤지 손톱 상태를 확인한다고 했다.

 

네 손톱은 길게 자라있었다.

 

너는 나에게 슬픔을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나는 이미 힘들 텐데 너까지 힘든 이야길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런데 힘이 들 때면 항상 내가 생각난다고 했다.

 

서로 같은 마음에 그저 눈물짓고, 웃음 지을 수밖에 없었다.

 

너랑 행복했던 그 순간을 또 이야기했다.

학교 잔디밭에 앉아 양푼에 비빔밥을 만들어 먹던 일.

 

뭐가 될진 몰라도 뭔가 해볼 생각에 반짝이던 우리.

 

넌 어떻게 이겨내?” 네게 물었다.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무얼 해 보고 싶은지

매일 같은 일상을 살지만, 그 일상을 자신만의 루틴으로 만들어서

하나씩 해보는 일을 한다고 했다. 하나씩 이루는 것이 뿌듯하기도 하고,

일상을 살아내는 원동력이 된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 물을 마시고, 비타민을 먹는 것.

환기를 하고, 이불을 개는 일. 저녁을 해 먹고 설거지를 하는 것.

운동을 하는 것. 견과류를 먹는 것. 일기를 쓰는 것.

 

우울이 짙은 날.

그래. 이 또한. 순간순간 소중히.

오늘도 슬픔이와 함께 잘 살아냈다.

 

무의미하다고 느끼는 것들은 결국.

유의미한 삶을 갈구하는 마음의 소리라는 것을.

잠잠히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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