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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살며 사랑하며

<131호> 세상 모든 동은이들의 해방을 위하여

by 인권연대 숨 2023. 3. 27.

세상 모든 동은이들의 해방을 위하여

 

배상철 (마을N청소년 대표)

 

세상의 동은이들을 응원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드라마는 동은이가 복수에 성공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김은숙 작가의 의도대로 학교폭력 피해 청소년이었던 문동은의 복수는 완벽히 성공했고, 학교폭력 가해자들의 뒤틀린 욕망은 복수의 칼날 앞에 산산조각이 났다. 송혜교를 비롯한 연기자들의 수준 높은 연기력과 김은숙 작가의 탄탄한 대본 탓에 시청자들은 순식간에 드라마 속 학교폭력과 복수의 현장으로 빨려 들어갔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 관객들이 <더 글로리>에 흥분했다.

 

"내가 죽도록 누굴 때리면 더 가슴이 아플 것 같아? 아니면 죽도록 맞고 오면 더 가슴이 아플 것 같아?"

김은숙 작가는 어느 날 딸이 던진 질문 하나가 <더 글로리>의 탄생 배경이라 했다. 딸이 던진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김은숙 작가의 방식으로 답을 찾기 시작했고, 고심 끝에 드라마 작가답게 그 답을 대본으로 써내려갔다. 온전히 작가 혼자만의 생각에 의지해서. 그러니 그 답이 딸이 던진 질문의도에 부합하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속담에 맞은 놈은 다리 펴고 자고 때린 놈은 오그리고 잔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정순신 아들의 경우처럼 가해자는 좋은 대학에 가고, 피해자는 매일 매일 불안한 삶을 보내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또한 피해자 우선 구제보다 가해자 처벌을 기준으로 삼고 있어 가해자에게 면죄부가 주어지거나 피해자는 완전 배제되는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한다.

 

"그것만큼은 하지 말았어야지!"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 가정폭력을 비롯한 모든 사회적 폭력을 멈출 것을 확실하게 경고한다. 죽고 싶을 만큼 고통이 따르는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돈과 권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가해자들의 부정한 신념에 확실하게 선을 그어 버린다. 폭력을 행사하면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의 논리를 펼친 후에는 너라면 어떡하겠느냐?’는 시청자에게 던지는 질문을 통해 사회적 문제로 확대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하지만, 드라마 속 복수의 소용돌이에 갇혀 있다 보면, 드라마를 벗어난 현실세계에서 수많은 동은이의 복수는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된다.

 

"이런 걸 실수가 아니라 잘못이라 하는 거야. 다 알면서 하는 거. 다치라고 하는 거."

드라마는 끝났고, 이제 시청자의 눈이 아닌 현실에서 연대의 시선으로 동은이의 해방을 축복할 시점이다. 시청자의 눈은 동은이의 감정을 이입한 채 복수의 눈으로 연진이의 파멸을 고대하는 것이지만, 현실에서 연대의 시선은 동은이의 해방을 기대하는 것이다. 학교폭력 이전의 상태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동은이들의 잃어버린 미소를 되찾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던 공부를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그러려면 학교폭력 피해자에게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원조와 관계회복이 전제되어야 한다. 1차적으로 피해자를 우선적으로 치유하고 심리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의 안전망을 구축함과 동시에 피해자 우선의 법률적, 제도적 정비와 그에 맞는 환경과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피해자의 잃어버린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피해자와의 관계회복을 위한 가해자의 진심어린 성찰과 사과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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