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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마음거울

바람의 가닥

by 인권연대 숨 2023. 11. 27.
바람의 가닥

 

 

                                                                                       박홍규

 

 

한꺼번에 몰려오는 바람 뭉치라 해도

색깔이 가닥가닥 똑같지 않다는 사실을

어느 도시 좁고 냄새나는 거리를 지나왔는지

무슨 계절의 강물을

하루 중 어느 때의 들판을 만나고 왔는지

숲을 통과했다면 무슨 나무 어느 나뭇잎을 거쳐 왔는지

들여다보면

바람 갈피 갈피마다

제각각 묻어 있는 속사정 있기 마련이지만

분명한 건

어디서 무슨 색에 물들어 불어오든

닿는 바람 한 올 한 올마다

나를 흔들어 대고

별수 없이 그때마다 나는 흔들린다는 사실을

그러니 왜 나는 흔들리는지부터

도대체 몇 가닥이 뭉쳐

게다가 끊이지 않고 들이닥치는지

그 중 어느 서늘함에 나는 더 휘청이는지까지

궁리 끝에 알아낸다 해도

여전히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을

 

 

 

- 나무보다 구름(고두미,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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