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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소모임 일정 안내/남성페미니스트 모임 '펠프미'

해방의 밤

by 인권연대 숨 2024. 7. 1.
참으로 근사한 인연 ‘해방의 밤’
이은규

 

몸과 마음으로 온전하게 살아온, 살아내려 애쓰는 사람들과의 소통과 공감의 이력을 여러 책들의 내용들과 함께 소개한 해방의 밤, 어쩜 이렇게 섬세하고 가만가만하게 마음에 와 닿는 글을 쓸 수 있을까? 잰체하지 않고 숨 쉬듯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말이지. 날 선 말 없이도 설득당하는 글의 힘. 은유는 부흥사다. 강력한 카리스마 없이도 글의 힘을 설파하는.

 

가장 마음에 남는 구절은 다음과 같다

 

『붕대 감기 말미에 나오는 ‘작가의 말’을 고백처럼 네게 전할게. "마음을 끝까지 열어 보이는 일은 사실 그다지 아름답지도 않고 무참하고 누추한 결과를 가져올 때가 더 많지만, 실망 뒤에 더 단단해지는 신뢰를 지켜본 일도, 끝까지 헤아리려 애쓰는 마음을 받아본 일도 있는 나는 다름을 알면서도 이어지는 관계의 꿈을 버릴 수는 없는 것 같다." 해방의 밤 (80면)

 

은유는 끊어내지 않고 연결하는 싸움을 포기하지 않고 싶다고 한다. 소설 붕대 감기작가 윤이형도 다름을 알면서도 이어지는 관계의 꿈을 버릴 수는 없는 것 같다고 한다. 관계와 소통에 대한 은유의 싸움을, 윤이형의 꿈을 지지한다. 때로 무참한 호구가 되더라도 이어지는 관계의 꿈을 희망하기에.

 

사족) 해방의 밤은 나에게 책 지도가 되기도 했다. 해방의 밤을 통해 붕대 감기에 안착했다.

 

 

“나의 상처로부터 해방이 되려면 이 사회적인 상처를 볼 줄 알아야 된다”
이구원

 

페미니즘을 포함한 인권에 관한 책을 읽다 보면 힘들고 불편할 때가 많다. 기존의 내 가치관을 부정하거나 나를 뒤흔들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종교적 세계관에서 꽤 오랜 세월을 살았던 나는 인권에 관한 이야기들(또는 정치적 올바름)이 구속력을 지닌 또 하나의 율법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복음을 통한 자유로움을 지금껏 느낄 수 없었듯 인권 안에서의 자유로움 또한 느끼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위로를 주었다. “가진 것이 다르고 서 있는 위치가 다르다고 해서 계속 밀어내고 비난하기만 하면 어떻게 다른 사람과 이어질 수 있어”, 너와 똑같은 속도로 같은 방향으로 변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 삶의 삶이 전부 잘못된 거야?“라는 대사에 작가는 찔렸다고 고백하지만 나는 이 대목에서 위로를 받았다. “나의 상처로부터 해방이 되려면 이 사회적인 상처를 볼 줄 알아야 된다”,는 어쩌면 뻔한 문장은 내가 이 인권(운동)의 영역을 완전히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깨우쳐 주는 것 같았다.

 

그 밖에도 책을 읽으며 중간중간 뭉클해지거나 울컥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깊은 성찰에 바탕을 둔 섬세하고 선명한 비판의식과 분노 속에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는 글의 힘에 여러 번 감탄한 시간이었다.

 

매우 써라
나순결

 

쓰기가 무셔븐 것, 기록이 최고봉이라는 것, 말을 완성허기두 말을 목구녕 안으루 밀어넣는 것 또헌 쓰기, 곧 글이다. 은유가 히깔허게 보여줬다. 불려나온 책과 영화 54편은 이제 '은유으 것', 은유와 항꾼에 매우 긴 시간 저간에서 온이건 오프건 회자될 것이다.

'매우 쳐라'가 아니라 '매우 써라'. 영민헌 은유는 매 단계 착실허게 밟구 올라와 오늘 여기에 우뚝 서있다.

 

내가 길어 올린 최고으 문장은 126Jane LAZARRE

"양가성을 받아들이는 능력, 그것이 바로 모성애가 아닐까."

딱 맞는 말, 어머니여! 모든 걸 다 허려 말어유. 그럴수두 없구 그러려다가 반쪽되구 쪽박차구 자괴에 자기모멸에 바루 시궁창되는거여유.

당신은 존엄헌 인간-단독개체이여라, 주변에서 그 어떠헌 위계루 엮어 놓았다혀두유. 뭐라 허는 놈은 내게 데려와유. 거침없는 하이킥으루다가 며칠 전 20초 정도 치솟디가 폭발혀버린 정은언니 로케트가 다다랐던 바루 그 고도꺼정 보내버릴랑게유.

은유 맹키루 에일리으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를 들었구, 잠시 창밖을 바라보다가 내 소중헌 이에게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를 톡혔다. 그리구 잠시 찻잔-울 엄니가 이 시상에서 사용혔던-을 쳐다 보다가 그에게 갈 때는 '첫눈이 되어야지, 첫눈이 맞지'라 중얼거렸다.

남성페미니스트 '펠프미'

'펠프 미'는 페미니즘(Feminism) 도와줘요(Help)의 조어이다. 조어의 창시자(!)는 이은규 일꾼. 지난 2021년 6월 30일 첫 만남이후 스물 두권의 책을 읽고 토론하고 서평을 공유해 오고 있다. 3주년을 기념하며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다. 우리 모두의 해방의 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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