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숨 소모임 일정 안내/남성페미니스트 모임 '펠프미'

담대한 목소리 - 캐럴 길리건

by 인권연대 숨 2024. 3. 26.
인류가 파묘(破墓)해야 할 가부장제 - 이은규

 

섬세하고 사려깊은 캐럴 길리건은 자상한 안내자였다. 읽으며 생각하게 하고 저절로 스며들게 하는 부드러운 힘은 보살핌의 윤리가 갖는 자연스러움이리라.

담대한 목소리는 단단하지만 결코 경직되지 않은 호흡으로 시종일관 인간세계의 진보는 상호 보살핌에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구별하고 갈라서서 비난하는 것들로부터, 그 험한 것들로부터 탈주하는 상상을 시종일관 붇돋워주고 있다. 가부장제는 인류가 파묘(破墓)해야 할 험한 것이므로.

 

가부장제는 남녀를 구별하지만 페미니즘은 사람을, 생명을 하나로 보살핀다. 상호이해와 모두가 약자라는 보편적 약자로서의 성찰은 상호 보살핌과 돌봄의 윤리를 실현할 수 있도록 인도한다.

남성으로 살아온, 그 자체로 우위에 있으며 공공연한 가해자의 한 사람으로 무감각했던 나를 반성하게 하고 또한 가부장제 피해자로서 위로하게 된다. 무엇보다 더 나은 관계와 보살핌의 세계로 안내받은 기분은 목욕탕에서 갓 나온 사람처럼 가뿐하게 한다. 페미니즘은 보다 나은 세상으로 이끄는 인류애이다.

 

분열은 우리의 윤리지능을 약화시키고 정신을 단편화한다. 또한 민주주의를 타협시키고 우리의 생존을 위협한다.

우리의 몸과 마음에는 상실이 입력됐고, 우리 삶은 트라우마와 비극으로 얼룩졌다. 이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오래된 이야기다. 새로운 이야기 속에서 공감과 마음 읽기, 협업의 능력은 우리를 여성과 남성으로서가 아닌 인간으로 특징지어준다. 우리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자원들을 우리 안에 가지고 있다. 정치 환경이 아무리 불리하고 험악하다 해도 이러한 자원들은 그 누구도 앗아갈 수 없는 우리 내면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자연의 봄은 동면을 끝내고 성숙하는 시기지만 오직 1년에 한 번만 올 뿐이다. 반면에 인간의 정신 속에 잠재력은 언제나 존재하고 있다. 지금이 바로 행동할 시간이다.”(293)

충분히 격려가 되고 고양될 수 있는 담대한 목소리를 들었다. 용기와 결단이 필요할 뿐이지 우리 모두에게는 담대한 자신 고유의 목소리가 있다. 힘을 내자!

 

가부장제 트라우마“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만 운다?" - 이재헌

 

유년 시절 눈물이 많던 내가 울 때마다 날 괴롭히던 말이다. 결국 난 나약함과 감정을 드러나지 않게 숨기는 요령을 터득해야 했다. 솔직한 소통보다 허세 부리는 방법을 채득한 것이다. 그때는 남자라는 이유로 왜 그래야 하는지 의문을 갖지 못했다. ‘담대한 목소리에서 등장하는 소년들의 인터뷰 이야기는 바로 내가 격었던 경험들이다. 우리 사회의 가부장제는 자신의 솔직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고 타인의 목소리는 듣지 못하게 만들었다. ‘담대한 목소리'는 가부장제가 개인의 목소리를 고립시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민주주의를 방해하는 최대 걸림돌이기도 한 것을 잘 보여주었다.

 

이제 곧 2024년 총선이다. 그 속에서 거대 양당이 독점한 메세지 외에 다른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출산율은 올해도 최저수치를 기록했다. 사회 불평등과 소수자에 대한 혐오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페미니즘을 통해 가부장제를 해체하고 보살핌의 윤리를 가르치고 장려하는 것이다. 캐럴 길리건이 말하는 담대한 목소리가 더 커지길 희망해본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