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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살며 사랑하며

통일하지 맙시다? 진솔하지 못한 통일 포기론

by 인권연대 숨 2024. 9. 26.
통일하지 맙시다? 진솔하지 못한 통일 포기론

배상철 (마을N청소년 대표, 인권연대 회원)

 

통일하지 맙시다?

89년 평양통일축전. 임종석을 기억하는 사람에게 임종석은 어떤 존재일까? 아마도 통일이라는 두 글자가 제일 먼저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 그가 느닷없이 통일? 하지 맙시다!’라며 그냥 따로, 함께 살며 서로 존중하고 같이 행복하면 좋겠다.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라고 제안하여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지난 1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9·19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기조연설에서의 일이다. 임종석은 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돼 있는 헌법 3조를 없애든지 현실적으로 개정하자는 주장까지 펼친 상황이다.

 

졸지에 반헌법주의자

연설에 대한 반응은 뜨거운 듯 냉랭했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임종석만큼은 안된다며 철저히 배제된 채 숨죽여 지내온 야인의 컴백치고는 손실이 너무 크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신나게 이 상황을 즐겼다. 김건희 총선개입 논란으로 막다른 궁지에 몰린 정부·여당은 흡사 먹잇감을 기다리는 배고픈 승냥이처럼 살이 통통 오른 먹잇감을 신랄하게 물어뜯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그동안 통일을 부르짖으며 평생을 살았던 임종석 씨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 놀랍다라고 조롱했고, 대부분 보수언론과 보수 논객은 임종석의 두 개의 국가론은 북한의 김정은이 주장하는 것과 내용이 똑같다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평화 통일을 추진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의 명령이고 의무라며 반헌법주의자로 몰아세웠다. 이제까지 대북 적대 노선을 주장하던 무리가 졸지에 평화 통일 옹호세력, 헌법수호세력으로 둔갑해 버렸다. 급기야 야당인 민주당마저 임종석의 발언을 김정은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이라 몰아세웠다.

 

설익은 진심. 하지만, 임종석은 아니다.

최근 남북 관계가 더없이 차가운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미 북한은 9.19 합의 파기를 선언하고 독자생존의 길을 갈 것을 선포했다. 툭하면 군사적으로 힘의 우위를 거론하는 상황에서 남북한 모두 상대를 공공연히 주적이라 부르고, 남한의 대통령실 상공에 북의 오물 풍선이 떠다니는 상황에서도 일체의 대화 없이 대립과 갈등으로만 치닫고 있다. 그러니 더더욱 평화적 환경 조성의 길로 접어들어야 한다는 화두가 등장하는 것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그 방법이 꼭 두 개의 국가를 인정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은 아닐 수 있다. 더욱이 신뢰를 잃어버린 진심인지 모르는 임종석의 말로는 더욱 적합하지 못하다.

 

대북관계 성찰이 먼저다.

임종석의 느닷없는 두 개의 국가 인정발언은 문재인 정부에서 파탄 난 남북 관계 책임자로서 반성과 성찰은 빠진 채 오로지 윤석열 정부와 김정은 체제의 냉각된 관계만을 부각한다는 점에서 공감하기 어렵다. 지나치게 미국의 입장에서 남북 관계를 경색되게 만든 장본인의 입에서 나올 소리는 아니다. 개성연락사무소 파괴, 금강산 관광시설 폐쇄 조치로 더이상 남북대화는 없다라고 선언하게 만듦으로써 긴장된 남북 관계 유지를 원하는 윤석열 정부 관점에서 손 안 대고 코 푼 격이 되도록 만든 원인 제공자로서의 변명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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