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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산 위에서 부는 바람

<제85호>J에게 기대어..._잔디(允)

by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2019. 10. 24.

 

대추나무가 초록잎을 내는 시절.

대추나무의 초록잎을 보며, 봄이 완성되었구나 합니다. J군과의 인연으로 뵙게 되어 반갑고, 고맙습니다. 오늘 이른 저녁, 선생님의 전화를 받으며, J군과 함께 하시는 동안, 참고하시면 좋을 내용을 적어드리고자 이글을 시작합니다. 물론, 제 입장에서 서술하는 내용이니, 참고는 선생님의 선택...^^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을 만나면서 아니, 도움을 필요로 하시는 분들을 만나면서 늘 도움의 지점에서 여전히 많은 생각을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지점과 제가 도움을 드리는 분께서 생각하시는 지점이, 내용이 다를 때에도 난처하거나 어렵습니다. 그 대상이 성인분일 때와 학생 혹은 아동일 때, 그때마다 고민의 깊이나 내용이 확연히 달라지기도 합니다.

 

제 생각에는, J군은 가정에서 기댈 사람이 없, , 라고 여겨집니다. J군을 자세히 들여다 보아주고, 무엇이 먹고 싶은지, 어떤 빛깔의 옷을 입고 싶은지, 갖고 싶은 장난감이나 취미 생활 도구는 무엇인지... 그것을 천천히 물어보아 주고, 함께 구입하러 가고, 그 과정을 함께 해 줄 누군가가 그 가정에 계시지 않아서, 외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됩니다. 물론 비 가릴 집, 추운 겨울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시고, 유지하고 계신 아버님과 어머님에 대한 고마움,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 J군을 품기가 쉽지 않을 거라 여겨지는 마음은 제 안에 있지만... 운동화 뒷굽이 내려않기 전에 때가 되면 신발을 바꾸어주고, 또 때가 되면 큰 옷을 구입해주고... 그런 것이 원활히 해결되지 않는 것을 지켜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가정에서 마음 나누거나 기댈 사람이 없으니, 가정 밖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에 무언가 달라고 하거나, 사달라고 하는 행동을 취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색 볼펜, 공책, 스케치북, 색종이, 연필, 스티커, 색연필 등등을 저에게는 주로 달라고 손가락으로 표현했어요. 무언가 사고 싶고, 자신만의 물건을 소유하고 싶고 가정에서 그것을 사용해보고 싶고 그러겠지 여겨집니다.

방과후에 선생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자주 그림을 그리고(J군은 그림 그리기를 즐기고 J군의 그림은 색채가 화려하면서도 조화롭다고 종종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림 대회에 출품하여 아직, 수상한 적은 없지만, 지속적으로 출품하고 싶습니다.), 좋아하는 단어를 쓰기(J군의 필체 또한 멋진 캘리 작품...^^), 일상에서 의사소통에 필요한 음절, 단어를 소리 내어 말하기, 직업생활에 필요한 1부터 10까지 알기, 달력 보기 등을 연습하면 좋겠습니다. 학습할 때, 한 획 한 획 선 하나하나를 정성들여 긋고, 그리는 J군 보며 저도 제 삶의 면면에서 좀 더 정성을 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선생님께서도 그 모습에 금방 반하게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흔히 사람들은, J군과 비슷한 친구들을 만날 때, 말을 못하니 언어치료를 받아야해 라고 생각하거나, 말을 안하는 걸 보니 마음에 상처가 있나봐 심리치료를 받아야하는 거 아니야? 라고 표현하시고는 하는데... 제가 보는 J군에게 지금 필요한 도움은다정함인 것 같아요. J가 좋아하는 것을 여가시간에 하고, 그 활동을 하는 동안, 옆에서 누군가가 다정하게 말 걸어주고, 열심히 하는 과정에 대해 응원하고, 봄날, 따뜻한 장소에서 등에 햇살 받으며, 단팥빵 하나라도 함께 나누어먹자고 제안해주는... 그런 경험이 필요한 것 같아요.

선생님과 함께 공부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시원한 물 한 잔도 마시고, 숲속공원 산책도 하고, 산성에 올라도 보고, 장 서는 날에는 장에서 호떡도 하나 사 먹어보고, 장에 나온 물건들 이름도 한 번씩 말해보고, 연꽃밭에 연꽃 필 때에는 구경 가서 연꽃도 그려보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실은, 제가 J군과 함께 해보고 싶은 그런 활동들입니다. 친해지면, 목욕탕에 가서 때도 서로 벅벅 밀어주고... 머리 감는 방법도 알려주고... 물과 구부리는 것에 대한 공포에서는 벗어났으나, 고등학생이 된 지금도, 청결히 몸을 씻는 것에 대해서는 누군가의 촉진이 필요합니다.

지난 해, ...

햇살 좋은 날, 복지관 로비 빵집에서 J군이 선택한 빵 하나, 음료 하나 들고, 공원 의자 옆에 커다란 납작 평평한 돌덩이 위에 둘이 앉아 해바라기한 날. 빵 포장을 벗기더니, 한 쪽 떼어 한 음절의 표현과, 저에게 내미는 J군의 손을 보며, 울컥 했던 기억이 납니다. - 엄마에게도 학교에서 자신이 체험 시간에 만든 빵이며, 쿠키를 나누기를 하지 않으려 해서, 일부러 먹을 것을 챙겨 주며, 집에 가서 엄마랑 나누어 먹기 숙제를 내주기도 했는데... 번번이 싫다고 해서 아쉬웠거든요...- 빵을 나누어주는 J군도, J군이 햇살 아래 누군가와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 보았을까? 하는 생각도 내내, 제 마음 속에 남아있습니다.

 

무엇보다 J군과 선생님께서 함께 지내시는 동안, 서로 기대어 서로의 따뜻함 나누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물론 수용과 거절, 일방성과 상호성, 자기결정과 이해... 이 단어들의 균형이 적절히 이루어지기를... 함께 하는 시간과 경험이 서로에게 길을 열어주겠지요.

 

선생님, 건강히, J군과 함께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저도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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