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식지/살며 사랑하며

<99호> 그래서 너는 어떤데? “당신이 옳다”를 읽고_이 구원(다사리 장애인자립지원센터 활동가, 회원)

by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2020. 7. 28.

 

난 비판적 이야기를 많이 하며 공동체가 되었든 조직이 되었든 쉽게 만족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긍정적으로 말하면 비판의식이 좋은 거라고 할 수 있지만 부정적으로는 불평불만이 많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자립하기 전부터 내가 살았던 곳의 조직 및 관련된 사람들, 특히 책임자들에 대한 비판을 내 주위 친구들에게 하곤 했었다. 그 날도 친한 친구와 술 한 잔을 걸치며 이런저런 비판과 불평을 하곤 했었다. 전부터 이런 나의 이야기를 자주 들었던 한 친구가 문득 나에게 그래서 너는어떤데? 난 네가 지금 어떤가를 듣고 싶어.”라고 말을 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신선한 충격이 들며 나의 비판은 어쩌면 나 자신의 분노/불안/우울 같은 힘든 감정을 대신한 부분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후 한 동안 잊고 살던 그 친구의 말을 당신이 옳다라는 책을 읽으며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당신이 옳다라는 책은 기존의 분석적이며 전문성을 강조하는 심리학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공감이라는 대안을 제시한다. 이 공감은 책의 제목 그대로 각자가 느끼는, 그 중에서도 특히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옳다고 인정하며 존중하는 것이다. 저자는 본인이 상담을 하며 만났던 다양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 앞에 놓여 있던 상처의 현장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이 상처들 앞에서 발휘된 공감의 힘을 생동감 있게 보여 주고 있다. 사실 난 이 책을 읽는 게 힘들다고 느껴졌는데 내용 자체는 어렵지 않고 술술 읽혔지만 읽는 내내 상당한 내적 갈등이 들었던 것 같다. 소개하는 사례마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가슴이 뜨끔했다. 또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지금 어떤가?”를 나 자신에게 물어보면서 내 감정을 돌아보게 되며 심란함을 느꼈다. 그 중에서 와 닿았던 사례는 사회운동에 열정적인 활동을 해 왔지만 정작 자신의 상처는 보지 못해 소진되었던 사람이 자신의 상처를 직면하는 과정이었다. 사회적 운동을 멈추었지만 자신의 상처를 인정하고 화해하면서 행복감을 느끼며 떠나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난 주위에 대한 불평이나 비판을 많이 해왔다. 당연히 사회, 정치적인 측면에서도 만족하기보다 변화시키기 위한 활동에 전부터 관심을 가졌으며 친구나 아는 사람들을 만나면 으레 정치적인 주제의 이야기들을 하곤 했었다. 동시에 자립을 한 후 내가 한 활동들도 그런 사회적 활동들이었다. 정당 활동을 하고 지방선거캠프에 들어가 보기도 했으며 사회/정치적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하였다. 비록 많은 활동들이 힘에 부쳐 멈추었지만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의 형태도 사회활동과 연관이 없지는 않다. 처음에는 진심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어 하는 마음이 나에게 간절한 줄 알았다. 하지만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책에 등장하는 사례의 사람처럼 나의 내적 상처와 감정을 외부의 사회 혹은 정치에 돌린 것 같다. 물론 사회와 환경적 요인은 당연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내 안은 보지 않은 채 밖만 보는 게 진짜 나를 위한 건 아닌 것 같다. 내가 어릴 때부터 상담을 하고 싶어 했던 이유도 내 상처를 누군가 봐주길 원해서였다. 그리고 이런 나 자신의 감정을 마주할 때도 잘못된 것이라 억압하고 자책할 때가 훨씬 많았다.

 

이렇듯 솔직히 책을 읽으며 나를 마주하는 과정이 매우 힘들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었다 해서 내 삶이 크게 바뀐다거나 너그럽게 내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내 자신의 모습조차 옳다 할 수 있기를, 밖의 일에 열정을 쏟는 것의 반만큼이라도 나를 돌아볼 수 있길 바래본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