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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마음거울

<104호> 요가 입문_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활동가, 회원)

by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2021. 1. 6.

내가 이렇게까지 몸에 집중했던 적이 있었나? 요즘엔 몸이 주는 신호에 즉각 응답하는 편이다. 몸살 기운이 올라오면 무리하지 않고 곧바로 뜨뜻한 잠자리에 든다. 푹 자고 나면 생기가 살아나고 시야가 선명해진다. 아침저녁으로 수리야 나마스카라(요가에서 태양경배 자세)를 하면 다리 안쪽, 무릎 뒤쪽, 골반 주위, 허리, 어깨 근육들이 쫙 펴지면서 혈액이 쭉쭉 뻗어나간다. 혈관의 가장 끝자리에 위치한 모세혈관은 머리와 내장 생식기에 밀집되어 있다고 한다. 혈액 순환이 잘 되면 혈액이 모세혈관까지 충분히 전달되므로 머리가 맑아지고, 소화가 잘되고, 생식기 기능이 좋아진다.

 

짝꿍은 작년부터 요가원을 다니며 그 효능을 몸소 체험했다. 자주 체해서 활명수류의 소화음료를 들고 다니고 병원에도 자주 다녔는데 요가를 다니고 나서부터는 눈에 띄게 건강해졌다. 지난 초여름 코로나19로 요가원이 문을 닫아 선생님이 직접 녹음을 해서 수강생들에게 보내주었는데 짝꿍은 집에서 그 오디오를 들으며 요가를 하고 있었다. 나는 옆에서 누워 요가를 하는 짝꿍과 오디오에 귀를 기울였다. “안녕하세요. 타라요가원 박--봉입니다~”선생님은 특이한 리듬과 억양으로 자기를 소개했는데, 이 소개가 인상 깊어서 짝꿍 앞에서 종종 따라하곤 했다. 곧이어 박--봉 선생님은 동작을 순서대로 설명했다. 요가 동작은 호흡을 유지하면서 근육을 늘려 펴고 견고하게 유지하는 자세들이 많은데, 짝꿍은 온 몸을 떨면서도 입을 꼭 다물고 자세를 하고 있었다.(대견하다)

나도 요가에 관심이 있어 2년 전 서울에 잠시 있을 때 동생과 요가 수업을 잠깐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거기엔 사람도 너무 많고, 다들 너무 잘해서 내 리듬에 맞춰 요가 동작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내 짝꿍이 다니는 곳이라면괜찮을 것 같았다. 옆에서 사시나무처럼 떨던 짝꿍의 얼굴이 금세 맑아졌다.

 

여름에 요가원을 찾아가 오디오로만 듣던 박--봉 선생님을 만났다. 힘이 쭉 빠지고 재밌는 억양을 가진 목소리와 닮은 모습이었다. 요가원은 요가 수업과 요가 테라피 두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자주 찾아가지 못하는 사정인지라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요가 테라피를 하기로 했다. 요가 테라피는 몇 가지 기구들을 이용해서 몸을 정렬시키는 수업이다. 우리 몸의 근육은 여러 근섬유가 다발로 모여져 있는 형태인데 현대인의 생활습관에 의해 근섬유가 제각각 늘어져 있기도 짧아져 있기도 하여 힘을 잘 못쓴다고 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이완을 시켜서 근육을 정렬하면 힘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가 경전에는 몸을 쓰는 요가를 꾸준히 10년은 해야 비로소 호흡을 할 수 있는 몸이 된다고 쓰여져 있다고 한다.

지난주 금요일, 요가 테라피를 받은 지 벌써 30회차가 되었다. 테라피를 시작하면 2시간 30분이 후딱 지나갔는데 날짜도 금방 금방 지나갔다. 그 사이 선생님하고도 친해지고 자세도 조금 늘었다. 요가의 즐거움을 누리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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