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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산 위에서 부는 바람

<제71호> 한송이_잔디(允)

by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2019. 10. 1.

전화기 속, 다급한 선생님 목소리 뒤에

아이의 흐느낌이 배경음악처럼 들린다.

아이가 다쳤는데 병원에 가자고 하니,

엄마를 찾는다고... 마음은 두근두근,

생각은 성큼성큼 가지를 만든다...

급히, 달려가 보니,

여덟 살 아이는 제 팔목을 잡고,

자신이 사라질까봐 두려워 엉엉 운다.

제 누이는 눈물을 닦아주며,

옆에 서있다. 위로하며...

내달려 도착한 병원에서 사진을 찍고,

부러진 곳을 맞추고,

아이의 팔꿈치 아래쪽으로 딱딱한 것을

대고, 한 달 이상 경과를 지켜보아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돌아선다.

아이는 밤새 끙끙 앓는다.

태어난 후 마음 깊은 곳에

아로 새겨진 그 존재가,

보드라운 어린 시절이 천천히 흐르기를

바라게 되는 그 존재가,

끙끙 소리를 내며, 아프다.

다음 날, 아이와 하루 종일 둘만의 데이트를 즐기는, 돌봄의 시간...

뼈가 다시 이어지기 위해서는 햇빛 아래,

서성이는 것이 좋다하니,

손 맞잡고 숲을 이리저리 걷고,

새끼손가락 한 마디만큼 자란 새싹 보며,

그 새싹마다의 이름 재잘거리고,

집으로 들어와서는 커다란 창문아래

햇빛 받으며 잠시 졸기도 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보며,

도란거리기도 하며 지내다,

어찌하다 다쳤는지를 듣는다.

인라인스케이트를 타지 않았다면

안 다쳤을 거라는 아이의 표현 속에서,

아쉬운 마음을 보듬다가,

계속 맴돌던 내 생각의 종지부를 찍는다.

아이가 다쳤다는 사실을 듣는 순간부터,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생각이 생각을 만들고, 그 생각은 일어난 일을 어떻게 해결해나갈까 바라보기보다는,

문제라고 생각되는 그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았을까를 생각하며, 현실을 끊임없이 바꾸려 하거나,

다른 사람에 대한 비난을 하거나,

오지 않은 시간에 대한 염려를 하거나 하는 그런 생각들... 하여 복잡하고 엉킨 그 생각들에서 깨어나, 내가 직면한 현실로 돌아온다.

더 많이 다치지 않은 것에 감사하고,

오른손을 다쳐 왼손으로 그리고, 글을 쓴 사람의 글과 그림을 함께 보며,

낯설고 어렵지만 왼손 사용을 응원하고,

아이가 혼자 쉽게 올리고 내릴 수 있는

고무줄 바지를 찾고, 느슨한 윗옷을 찾아

입혀보고, 놀라고 미안해하고 계시는

아이의 담임선생님께 인라인을

금지하기보다, 다른 아이들도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즐겁게 탈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나누어보셨음 좋겠다고,

아이와 불편함을 함께 하실 시간에 힘 보태는 마음 전하고... 이른 오후,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불쏘시개 삼아 불을 놓는다면,

끝도 없이 타오르겠다 싶기도 한 그 생각.

생각 따라 너울너울 춤추는

마음을 여기에 붙들어 놓고 싶다.

 

마음은

만 갈래로 흩어지지만

그래도 이 아름다운 길.

평화로이 걷고 있네.

발걸음마다

서늘한 바람 한 줄기

발걸음마다

.

(걸으며 하는 기도)

-틱낫한, 기도의 힘. 하루의 기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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