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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교육/일꾼의 탐독생활

지구 걱정에 잠 못 드는 이들에게

by 인권연대 숨 2023. 5. 26.

지구 걱정에 잠 못 드는 이들에게 로르 누알라 지음, 곽성혜 옮김 / 헤엄 출판사

은규 일꾼

 

5월에 더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3, 4월 산불은 전국에 걸쳐 가장 많이 발생했다고 한다. 꽃들의 개화 시기는 한 달 가까이 앞당겨졌다고 한다. 농작물은 냉해를 입었다고 한다. 전지구적으로 기후재난이 일상화되었다고 한다. 그렇다고들 한다, 한다. “그런데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지?” 상관이 있다. 아주 치명적으로. 그것을 느끼는 사람과 그러거나 말거나 무감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

 

원제인 <Comment rester ecolo sans finir depressif 우울하지 않게 생태주의자로 살아남는 법><지구 걱정에 잠 못 드는 이들에게>로 제목을 바꿔 달았다. 원제가 직설적인 느낌이라면 새로운 제목은 감성적이면서 대단히 웅장(!)한 느낌이다. 지금 여기 살아 내는 것도 벅찬데 지구 걱정을 한다고? 걱정이 팔자인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실제로 지구 걱정에 안달이 난 사람들 대다수는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 말을 건넨다. 우울하되 우울함에 빠져있지만 말자고.

로르 누알라는 15년동안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에서 생태 전문 기자로 일해왔다. 취재를 하며 끊임없이 확인하게 되는 생태의 종말과 지구의 위기 상황으로 인해 로르 누알라는 생태불안생태우울에 휩싸였다. ‘생태불안은 기후위기와 생태위기에서 비롯된 불안감. 현재 진행 중이거나 다가올 환경 재난에 대한 만성적 두려움을 뜻한다. ‘생태우울은 기후위기와 생태위기에서 비롯된 우울감. 불면증과 섭식장애 등의 증상을 동반하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지구걱정인은 생태불안과 생태우울을 일부 겪거나 둘 다 겪고 있는 사람들이다.

2017년 미국 정신의학회는 기후변화는 공중 보건이 직면한 심각한 위협이며, 정신 건강 또한 예외가 아니다.”라고 표명했다. 그린란드와 호주,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생태위기에 대한 심리 현상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생태전환을 퍼센트와 수치로, 재생에너지의 점유율로, 기술혁신이나 입법적 논의들로 덮어버릴 뿐 실제적 정신 건강에 필요한 조치들에는 손을 놓고 있다. 사실 정치권이 정신 건강에 있어 최악인 상태이다.

 

로르 누알라는 지구 걱정인들에게 말한다.

“‘우린 할 수 있어!’로 대변되는 과소비의 세기, 블랙 프라이데이와 사이버 먼데이의 세기에 작별을 고하는 게 생태주의다. 이 거대한 가속의 세기에는 모든 수치들이 푹발적으로 증가했다. 전 세계 인구도, 에너지 소비도, 쓰레기 축적도, 광석, 희토류, 모래 등에 대한 약탈까지도. 맞다 생태주의는 결별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가속이다. 탐욕이여, 안녕! 오만함도 안녕! 오염도 안녕! 낭비도 안녕! 생태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헛된 희망을 품게 하지 않는 점이 이 책의 미덕이라면 미덕이다. 희망고문으로 외려 삶을 낭비하지 말고 시장주의 삶을 깨끗이 포기하라고 한다. 그리고 말이다. 인간중심의 지긋지긋한 이분법적 사고의 틀을 깨부숴버리라고 일갈한다.

 

우리는 자연을 보호하지 않는다. 우리는 스스로를 보호하는 자연이다.”(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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