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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위에 부는 바람7

<제58호> 산위에서 부는 바람 - 다시 바람을 맞겠지_잔디(允) 1. 어둠이 찾아온 밤. 먼 시간을 돌아 이 숲에 찾아왔다 다시 먼 길 떠나는 친구를 배웅하는 길, 낙엽 위에도, 길 위에도 별이 내려 반짝인다. 바삭바삭한 겨울 밤길. 하얀 서리, 별 되어 떨어진 그 길 밟으며, 함께 걷는 동무가 있어, 참, 좋았다. (최고은님의 노랫말처럼) 이제 모든 게 다 제자리로 돌아온 듯한 충만함... 다시 먼 거리에서 떨어져 서로 마음안에서 만나며 살아가겠지만, 오늘밤의 충만함을 내 몸이 기억하기를... 2. 북어포를 무 삐진 것과 물에 불큰 호박고지를 함께 넣고 들기름에 볶다가 콩나물 한 움큼, 고추장 한 숟가락, 고춧가루 조금 넣어 한소끔 끓이면 구수한 국 한 그릇 완성된다. 강 할머니의 팔십년 넘은 겨울보양식 끓이는 방법을 설명하시다 한 번 와 끓여줄게 하시는 말씀에 뭉.. 2019. 10. 23.
<제80호> 기억_잔디(允) * 심심한 집에서, 고양이 다섯 마리에게 저마다 이름을 붙여주고, 기르던 아이.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아 몸이 점점 부어와 결국에는 백 킬로그램 가까이 된 몸 휠체어에 기대어도, 삶의 이곳저곳 여러 손길에 기대어도, 작은 부딪힘이 두려워 조심해 주기를 부탁하던 아이가 일주일 만에 내가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나갔다. 태어날 때부터 병을 갖고 있어 열 살까지는 살 수 있다고 병원에서 들었다던 아이는, 열일곱 해를 살았다 떠나기 일주일 전, 서로 하고 싶은 활동을 한 가지씩 하고나서 작은 쿠키 몇 조각을 서로 먹겠다고 농담하였으며, 코끼리 아저씨 가사를 바꾸어가며 부르곤 웃기다고 낄낄거렸다. 다음 만남에는 무엇을 하자며, 어두워지니 옷깃을 한껏 여미고, 무릎담요를 둘러주고, 안녕하였다. 그러고는...... 수.. 2019. 10. 22.
<제75호> 바람 한 줄기_允(잔디)  홀로 깨어있는 깊은 밤. 카페인은 안돼 하면서도 나에게 선물하는 고요 한 잔. 보리차나 물 한 잔이 나을까 갈등 한 잔. 그래도 고독은, 쓴 커피지 여유 한 잔.  여름 비 맞으며, 이젠 손자손녀가 쓰지 않는 어린이집 가방 속에 고추끈을 넣고, 절룩거리는 발걸음으로 고추밭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시며, 고추끈 매는 그를, 미련하다거나 욕심이 많다고 할 순 없겠지. 그리 키운 먹거리를 자식에게 나누어주시고, 장에 팔거나 이웃에 팔아, 쪼개어 당신 용돈 쓰실, 어린이집 가방만치 작은 체구의 낯모르는 어머니. 살아오시는 내내 발뒤꿈치가 닳았을 당신...  가끔 나를 통해 밖으로 나간 글과 나,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글과 나를 함께 보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아직 내게서 나가지 않은 글을 내안에 담고 있는.. 2019.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