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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진9

<제74호> <미투 운동, 우리 들여다보기> 토론회를 마치며_정미진(청주 KYC 활동가) 지난 20일, 나는 또 다른 발걸음을 내딛었다. 토론회를 준비한 우리는 지역 운동사회 속 피해자로, 대리인으로, 조력자로, 해당 공동체의 일원으로 함께했던 여성들이다. 15분의 토론문을 작성하는데 아주 긴 시간이 걸렸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뒤죽박죽한 생각은 종이위에 잘 올라가지 않았다. 내 자신에게 들이대는 수많은 잣대들은 미투운동을 바라보는 미숙한 잣대들과 하등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시민사회 내부의 반성폭력, 성평등을 주제로 토론자리에 자진한 나는 어떻게든 글을 써내야 했다. 나의 첫 번째 고백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나의 문제의식을 여러 사람들 앞에 내놓아야 하는 압박감 뒤에 이것은 나의 문제이며 앞으로 내가 함께해야 할 동료들의 문제임이 나에게 당위성을 주었다. 공동체 일원의 성폭력사건.. 2019. 10. 1.
<제73호> 엄마에게_정미진(청주 KYC 활동가) 엄마에게 소원이 있었다. 둘째 남동생이 태어나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엄마 무릎에 누워 있을 수 있는 때였는데 그 순간은 엄마가 귀를 파줄 때나 내가 잠에서 깨어날 때 찾아왔다. 그 때마다 엄마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엄마의 소원을 이야기 해주곤 했는데 이상하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몸이 아플 때면 나에게 나긋이 말하던 소원이 머릿속에 맴돌곤 했다. 우리 엄마의 소원은 내가 ‘엄마처럼 크지 않는 것’이었다. 내가 엄마에게 보내는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여성으로서 홀로서려는 역동과 관계가 있다. 돌아보면 나는 엄마를 참 답답해했다. 지금에서야 정확히 표현하자면 가정이란 울타리 속에서의 엄마의 모습을 답답해했다고 말해야겠다. 엄마는 여성에게 부여되었던 역할을 성실히도 이행했다. 좋은 며느리가 되기 위해 부.. 2019. 10. 1.
<제71호> 살며 사랑하며_정미진(청주KYC활동가) 얼마만인지, 오랜만에 한 드라마에 푹 빠져 설레기까지 한다. 우리 부모님 세대가 젊은이들의 푸릇한 연애를 부러워하면‘주책없다’표현하던데 50대가 코앞인 남자주인공, 감우성의 눈빛에 설레여 1주일을 기다린다면 나도 주책없는 걸까? 어제 이 드라마의 엔딩은 어느 시인의 시 한 구절로 끝이 났다. “ 나는 오래 멈춰 있었다. 한시절의 미완성이 나를 완성시킨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모두 중년의 삶을 맞이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아직 두 남녀주인공의 젊은 시절 비밀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둘은 각자 과거 어느 시간에 갇혀 10년이란 시간을 지나보낸 사람들이다. 주변인들에게 그들은 너무나 미련하고 이해되지 않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모른 척 할 수 없고 그럼에도 함께하고 싶은 존재로 그려진다. 라는 이 드라마의 제.. 2019. 10.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