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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살며 사랑하며

<제59호> 달나라도 가는데 다이어트가 어려운 이유_이병관(충북·청주경실련 정책국장)

by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2019. 10. 23.

 

이미 몇 십 년 전에 달나라에 사람도 보냈고, 저 멀리 명왕성까지 탐사선을 보낼 정도로 과학기술이 발달했는데, 다이어트 특효약은 왜 만들지 못하는 것일까요? , 에이즈 치료제도 만들어 인류가 이런 질병의 고통에서 해방될 날이 눈앞으로 다가왔는데, 그깟(!) 살 빼는 약 하나를 못 만들다니, 얼핏 말이 안 된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쯤 되면 알약 하나 먹으면 살이 쪽쪽 빠지는(어떤 이에겐 근육이 생기는) 약이 개발될 법도 한데, 다이어트는 여전히 매우 힘든 일입니다.

그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선 복잡하다는 것의 의미를 짚고 가야 합니다.

여러분은 복잡한 세상복잡한 수학공식중 어느 쪽이 더 어려운가요? 수학에 자신은 없지만(~), 수학공식보단 인간세상이 훨씬 더 복잡하고 풀기 어렵습니다. 수학은 공식대로 움직이지만, 인간은 공식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인간이 복잡한 존재라는 것은 몸을 이루는 세포나 유전자가 기계나 컴퓨터보다 복잡하다는 의미도 있지만, 인간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 복잡하고 우리가 그런 것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제가 초등학생 때 핼리 혜성이 지구에 접근했었습니다. 맨눈으로 관측 가능한 거의 유일한 혜성이어서 당시에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잠이 많아서 결국 보진 못했었습니다. 아시안게임이 열리던 해인 1986년의 일이었는데, 다음에 지구로 접근하는 시기는 2061년 여름이라고 합니다. 아쉽게도 저는 핼리 혜성을 보기 어려울 것 같군요. 초딩 때 봤어야 했는데

우리는 핼리 혜성이 76년 후 다시 지구로 온다는 것을 계산하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뒤 날씨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한 달 뒤 청주에 비가 올지 해가 뜰지 구름이 낄지 모릅니다. 혜성이 비록 광활한 우주를 움직이지만 혜성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많지는 않습니다. 우주공간이 거대하고 미지의 영역이 많기는 하지만 그렇게 복잡한 것은 아닙니다. 반면 날씨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너무 많아서 모두 예측할 수도 없고 계산할 수도 없습니다.

베이징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날개를 퍼덕임으로써 뉴욕에 폭풍우가 몰아 칠 수 있다는 일명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는 그래서 나온 말입니다. 처음엔 매우 작은 차이였지만 몇 단계 거치면서 큰 차이가 되고, 처음엔 매우 작은 현상이었지만 몇 단계 거치면서 엄청난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지요.

다이어트 약이 없는 이유도 인간의 신체와 정신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대개 다이어트는 나비효과처럼 아주 작은 일로 무너지기 일쑤인데, 그 자잘한 모든 인간행동과 정신을 제어할 수 있는 약은 없습니다.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내 주변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 즉 식생활에 영향을 주는 그 어떤 스트레스나 기쁨·슬픔·분노 등의 감정이 없는 단순한 상태로 만드는 것인데, 그건 살아도 사는 게 아니죠.

 

이렇듯 너무 복잡하여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고 그래서 세상은 당연히 복잡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고 맞추려 하고 있으며, 그러지 않으면 불안해 합니다. 다른 사람을 자신의 기준에 맞추려고 합니다. 다양해야 의미 있는 삶이고, 다양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을 살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불행한 이유는 모두 같은 것을 추구하고, 같은 것을 좋아하고, 같은 것을 가지려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좀 더 복잡하게(!) 살아야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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