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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살며 사랑하며

<제101호> 다시 코로나...그리고 다시 종교_이 구원(다사리 장애인자립지원센터 활동가, 회원)

by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2020. 9. 28.

 

전 세계에 코로나의 광풍이 몰아치는 와중에도 많은 사람들의 피땀 덕분에 서서히 일상으로 복귀해 나아가고 있던 요즘이었다. 하지만 다시 터진 코로나가 우리의 삶을 흔들어 놓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1차 유행 때와 마찬가지로 종교가 있다. 난 초기 유행 때 원인을 제공한 신천지라는 종교에 대한 비판과 책임은 물어야 하지만 종교에 소속된 개인을 혐오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지금 유행을 일으킨 극우 개신교, 그 확산의 도화선이 된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하거나 이야기할 때면 솔직히 증오의 감정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곤 한다. 내가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초기 신천지에 의한 대유행은 코로나라는 감염병 확산 초기였기에 예상 밖의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예상 가능한 상황이었으며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확산에 대한 예방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상황을 깨트려 버림으로써 코로나가 안정세에 접어들며 재개되었던 나의 활동이 중단되어 버렸으며 이에 대하여 상실감 및 분노를 느끼게 된 것 같다.

두 번째는 평소에 보여주던 언행과 코로나 이후의 태도이다. 신천지는 워낙 드러내지 않은 채 활동을 했기에 그들의 행위가 사회적 문제를 낳았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친 것은 맞다. 충분히 드러나지 않은 금전적 착취라던가 특정 개인을 신으로 섬기고 추종하며 (신천지를 벗어난 사람들에 의하면) 광신적 억압의 모습 또한 내재해 있다. 단 적어도 표면적 메시지는 극단적으로 반사회적이거나 타인에 대한 공격성을 지니지는 않았다. 반면 극우 교회들은 특정 정치집단에 유착하며 비상식적인 언행들을 일삼아왔다. 더 나아가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폭력과 혐오 표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왔던 집단이기도 하다. 코로나 확산 이후의 상황에서 그들이 보여준 태도 역시 강력한 공권력 투입의 필요성이 이야기되어질 만큼 방역에 비협조적이었고 그 과정에서 폭력적 추태들을 보이기도 했다. 더구나 자신들을 코로나의 피해자로 묘사하는 것을 넘어 불의에 투쟁하는 박해받는 의인으로 행세하는 것에 대해서 솔직히 참기 어려운 거북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또 종교의 뿌리가 같은 게 더 분노감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물론 난 개신교가 아닌 천주교인이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신으로 받아들이며 삶의 기준으로 세우고자 하는 그리스도교라는 점과 역사적 측면에서 뿌리가 같다. 성경을 어떻게 읽고 해석하는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내가 아는 선에서 그들의 행태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가르침에 정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 같다. 이웃(인류공동체)을 사랑하고 약자와 연대하며 기득권을 비판하는 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삶이자 가르침인 반면 이웃에게 위협을 끼치고 약자를 혐오하면서 기득권화 되어버린 것이 교회의 모습이다. 그리고 같은 신앙인으로 이 부분에 강한 분노를 느끼게 된다.

 

물론 이런 모습들을 교회 전체의 것으로 일반화 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더욱이 신천지와 마찬가지로 지도부를 제외한 개인들은 우리 사회에서 고립과 소외를 겪고 있는 또 다른 약자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들의 행위가 아닌 사람에 대해 혐오하는 것은 나 자신부터 주의를 기울여야 할 거 같다. 그렇다 하더라도 사회 구성원들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거듭되는 종교로 인한 코로나의 확산을 통해 종교, 특히 그리스도교의 본질과 정신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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