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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수희씨와 책읽기(종료)

<117호> 읽고 쓰는 사람으로 계속 살아보겠습니다! _ 이수희(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

by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2022. 1. 26.

 

2013년 2월부터 인권연대 숨 소식지 <수희씨와 책읽기> 코너 연재가 종료됩니다. 
긴 시간 글과 숨을 나누어 주신 이수희 회원님 고맙습니다.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 이수희

 

나는 읽는다

 

<수희씨와 책읽기>를 이제 그만 써야겠다고 생각한 지 몇 달이 됐다. 마흔 무렵에 시작했으니 어느덧 십년이다. 시작했으니 끝이 있는 법, 이제 그만 써야겠다고 결정한 이유는 귀한 지면을 내 게으름으로 채울 수는 없어서다. 늘 쓰는 삶을 살아서 원고마감이 그렇게 두렵지는 않았는데... 최근 몇 달은 원고마감이 버거웠다. 읽는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사유의 시간도 줄었다. 어쩌면 독자들도 눈치챘을지도 모르겠다. 책읽기의 밀도가 점점 옅어지는 느낌이 나를 조급하게 만들다가 어느 순간엔 밀쳐놓게 되더라. 그래도 <수희씨와 책읽기> 덕분에 다시금 고쳐 앉곤 했다.

 

예전에 나의 책읽기는 지적 허영심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 그래서 읽지 않아도 책을 사고, 남들이 읽은 책은 나도 읽으려 애를 썼다. 지적 허영심에서 시작했지만 살아나가기 위해서 더 읽어야 했다. 그나마 책읽기를 해서 이 바닥에서 버텨나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단순하게 지식을 얻는 그 자체가 아니라 내 삶을 튼튼하게 하는 방법이 책읽기라고 여겼다. 책 읽기는 내 삶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다. 내 삶을 비루하게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 읽기를 멈출 수 없다.

 

그동안 <수희씨와 책읽기>에서 참 많은 책을 소개했다. 너무 좋아서 여러번 읽은 책도 있고, 한두 꼭지 읽은 책, 어떤 책은 제목만 빌려오기도 했고, 내가 하고픈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책을 찾아서 읽기도 했다. 그때그때 나를 이끌었던 책들을 펼쳤다. 안 읽고 읽은 척하지는 않았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내 자신을 속이지 않았다는 거다.

 

나는 계속 써 나갈 것이다

 

<수희씨와 책읽기>를 쓰면서 여러번 글쓰기의 힘을 이야기했다. 누구나 자신의 언어로, 자신의 삶을 써나가야 한다고 말해왔다. 어쩌면 책읽기 보다 더 중요한 것이 글쓰기이다. 내가 원하는 나를 찾아가기 위한 여정에 꼭 필요한 무기가 있다면 바로 글쓰기이다. 글쓰기는 힘이 쎄다. 치유도, 배설도, 자아도취도, 기록도 써야지만 의미 있다. 내가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이다.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을 알고 있으니 나는 계속 써 나갈 것이다. 계속 글을 써나가는 것이 곧 나아감이라고 생각한다. 퇴보하고 싶지 않다는 내 몸부림이기도 하다.

 

나는 그동안 수희씨와 책읽기를 통해서 수많은 저자들의 쓰기 능력을 부러워했다. 그러면서 나도 책을 만들고 싶다고 꿈꾸기도 했다. 글쓰기와 책쓰기가 다르다는 걸 너무나 잘 알기에 꿈만 꾸다 말았다. 책이 좋아서, 글쓰기가 좋아서 작은 책방을 꿈꾸던 한 때도 떠오른다. <수희씨와 책읽기>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내 꿈을 계속 키워나갈 수 있었을까? 책읽기를 멈추지 않았을까? 책을 읽고 쓰기를 더욱 더 게을리하지 않았을까 싶다. 매달 책을 읽고 어떤 이야기를 해볼까 궁리를 하던 그 수많은 밤들이 지금에 나를 채웠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아직도 읽어가야 할 책은 너무나 많다. 할 이야기들도 생겨날 것이다. 요즘엔 아이와 함께 읽는 책 읽기에 푹 빠져있다. 이전에 읽지 못했던 <그리스로마신화><천일야화>를 매일 밤 조금씩 조금씩 읽어가는 재미가 새로운 활력을 준다. 함께 읽을 수 있음에 새삼 행복하다.

 

나의 40대를 채운 <수희씨와 책읽기> 이야기를 오늘 끝낸다. <수희씨와 책읽기>는 서평이 아니다. 책을 매개로 그저 내가 하고픈 이야기를 해왔다.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신 분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겠다. 그리고 약속하고 싶다. 매일 읽고 쓰는 사람이 되겠다고, 그렇게 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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