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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마음거울86

<제62호> 나눔에 대하여_이영희(회원, 원영한의원) 일터 옥상에는 제법 큼직한 화단이 세 개가 있다. 이곳에 자리잡은 이듬해 봄, 옆지기는 재미난 일을 계획했다. 그것은 바로 화단을 가꾸는 일. 말이 이지 황폐한 공터라는 게 더 어울릴 곳이었다. 첫해에는 당귀모종과 허브(라벤더, 로즈마리, 스피아민트, 애플민트), 국화와 백일홍, 상추모종을 심었다. 높은 건물 옥상이다 보니 바람도 강하게 부는데다 흙에 양분도 없어 아이들이 시들시들 맥을 못췄다. 그래도 꿋꿋이 견뎌낸 아이들로 인해 여름 한 철 질리도록 상추를 따먹고, 새들의 공격으로 매번 꽃봉오리가 잘려나가는 수모를 겪었지만, 그런대로 꽃구경도 할 수 있었다. 우리 둘 다 농사(라 하기엔 많이 민망할 지경이지만)는 처음인지라 겨울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는 저 화단에 심어진 아이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무.. 2019. 9. 26.
<제 61호> 생명 있는 모든 것을 대하는 자세 _이영희(회원, 원영한의원) - 열 두세 살쯤 일이다. 외출에서 돌아온 어머니 손에 무언가 들려 있었다. 머리가 사라진 죽은 비둘기였다. 흠칫 놀랐다. 사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도 그 비둘기를 보았다. 하지만 모습이 너무 처참해서 저만치 뒷걸음쳐 돌아왔던 거다. 어머니는 비둘기를 마당 한쪽에 가만 내려놓더니 다시 밖으로 나가셨다. 한참이 지난 후 어머닌 밝은 얼굴로 돌아오셨다. 손에는 비둘기 머리가 들려 있었다. 어머니가 자초지종을 얘기해 주셨다. 그제야 어머닌 방에 들어가서 한 번도 입지 않은 깨끗한 메리야스를 꺼내오셨다. 그리고 비둘기 염하기를 시작하셨다. 떠들거나 끼어들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엄숙함이 느껴졌다. 어머닌 그 비둘기를 안고 산으로 올라가셨다. 숲이 우거진 곳으로 들어가 땅에 묻고는 한참을 기도하셨다. “극락왕.. 2019.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