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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현경이랑 세상읽기26

서로가 마치 얇은 유리잔인 것처럼 서로가 마치 얇은 유리잔인 것처럼 박현경(화가) “……그러게 선생님이 잘 다독여 주셨어야죠!……” A 학생 어머니의 날 선 말들이 빠르게 이어졌다. 대답할 겨를을 찾기 어려웠다. 통화가 끝난 뒤에도 계속 심장이 쿵덕거렸다. 금요일 퇴근 무렵이었다. 그 주말 내내 A네 어머니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아무 일 없었던 듯 웃으며 A를 마주하는 데 참 많은 에너지가 들었다. 내가 정신적으로 많이 취약하던 시기였다. 업무에 대한 압박감과 뿌리 깊은 불안에 시달리고 있었고, 흉부에 원인 모를 통증이 계속되고 있었고, 아무 때나 눈물이 주룩 흐르곤 했고,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는 길엔 그냥 확 도로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버릴까 하는 충동마저 느.. 2023. 7. 25.
그래서 나는 지금 그래서 나는 지금 박현경(화가) 광주에 갔다. 전교조 5.18 청년 교사 역사 기행. 전국에서 모인 65명의 청년 교사가 6월 17일부터 18일까지 1박 2일을 함께했다. 5.18 민중 항쟁에 대한 강의를 듣고, 생각을 나누고, 국립 5.18 민주묘지와 망월동 구묘역을 참배하고, 전일빌딩과 도청 일대를 탐방했다. 모든 시간이 의미 있었지만 특히 살레시오고등학교 서부원 선생님의 강의를 잊을 수 없다. 강의 내용 중 이 두 가지 내용이 각별히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라는 말은 강자의 언어이다. 과거를 청산하지 않고는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으며, 혹여 과거를 청산하지 않은 채 나아갔다면 그것은 잘못된 방향이고 강자에게 유리한 방향일 것이다. ‘모든 역.. 2023. 6. 26.
<133호> 너도 때때로 넘어지고 깨지겠지 너도 때때로 넘어지고 깨지겠지 박현경(화가) 복직을 했다.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1년 2개월을 쉬는 동안, 복직을 할 것인가, 학교를 영영 떠날 것인가에 대한 길고도 진지한 고민을 거쳐, 시간이 가르쳐 준 답에 따라 복직을 했다. 휴직 기간은 소중한 시간이었다. 많이 아팠고, 많이 방황했고, 많이 슬펐지만, 온전히 내 것으로 내 앞에 펼쳐진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실존(實存)해 살았다. 그 기간 책을 실컷 읽었는데, 어떤 문장들은 마음 깊이 자리 잡아 지워지지 않는다. 이를테면, ‘어쨌든 무릎이 깨졌다는 건 사랑했다는 뜻이다.’ - 안희연,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157쪽 그렇구나. 사랑했다는 뜻이구나. 내가 넘어져 상처가 난 건 사랑했다는 증거구나. 나는 늘 떠나고 싶어 하면서도 사실은 이 일.. 2023. 5.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