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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10

<제69호> 내 삶의 인연들, 행복하시기를_이영희(회원, 원영한의원) 8년 전 캐나다로 떠난 . 점자도서관에서 녹음봉사를 하던 중 만난 분이다. 어느 날인가 저녁식사를 대접하고 싶다며 집으로 초대를 하셨다. 돼지고기 김치찌개로 차린 저녁상을 앞에 놓고 들려준 이야기. 부군과 아들을 먼저 캐나다로 보내고 기러기엄마 생활을 하던 차, 이제 함께 지내고 싶어 떠난다 하셨다. 10년 쯤 그곳에서 살아보고 고향으로 돌아올 생각이라며 당신이 한국에 돌아오면, 따뜻한 봄날 도시락 싸서 함께 소풍을 가자 하셨다. 며칠 전, 메일이 한통 날아왔다. 지순 선생님이 한국에 들어왔단 소식이다. 알려주신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이영희에요.” 잠깐 침묵이 흐른다. “죄송합니다만, 이영희씨가 누구지요?” 녹음봉사 하던 이영희라고 하니 그제야 “아, 희야님 이름이 이영희였구나.” 하신다.. 2019. 10. 1.
<제68회> 작고 작은 행복_이영희(회원/청주원영한의원) 일주일에 두 번, 점심을 사먹으러 일터를 나선다. 우리가 가는 곳은 걸어서 10분 남짓 거리에 있는 칼국수집이다. 이 동네 여러 집을 돌아다닌 후, 우리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집 두 곳을 정했다. 이곳을 공평하게 일주일에 한 번씩 들르는 것이다. 칼국수집 메뉴가 뭐 그리 많을까 싶지만 그냥 칼국수, 김치칼국수, 칼만두, 칼제비, 해물칼국수까지 정말 종류가 많다. 우리는 항상 같은 것을 주문한다. 그냥 칼국수다. 간혹 주인할머니가 기분이 좋은 날이면 공깃밥 한 그릇을 서비스로 내주기도 하신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식당 앞 공원 햇빛 잘 드는 곳에 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는 근처 포장마차에서 호떡 3개를 사서 느릿한 걸음으로 일터로 돌아온다. 눈이 내리면 내리는 대로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어.. 2019. 10. 1.
<제67호> 우리 엄마_이영희(회원/원영한의원) 점심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 어머니께서 장바구니를 들고 오셨다. 그 안에서 꺼낸 건, 깻잎 장아찌와 수건으로 몇 겹을 감싼 잡곡밥이었다. “얼른 먹어라.” 따뜻한 밥을 먹이고 싶은 어머니의 바람과는 달리 내 입에서는 퉁명스런 대답만 나왔다. “나중에 먹을게요. 조금 전에 먹었어요.” 어머닌 그렇게 건네고는 휭 하니 가버리셨다. 요즘 운동을 열심히 하신 덕에 걸음걸이가 많이 가벼워졌지만, 여전히 걷는데 불편해 하신다. 그런 어머니를 보니 짠한 마음과 함께 알 수 없는 짜증이 올라온다. 그런 내가 유난히 싫어지는 오늘이다. 우린 한두 살 터울이 나는 5남매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함께 산 날이 평생을 합쳐도 석 달이 안 될 거라 하셨다. 그 말씀처럼 내 기억 속 어머닌 늘 혼자셨고, 억척스럽게 집안 .. 2019.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