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영희10

<제66호> 변화는 있어도 변함은 없기를..._이영희 회원(청주 원영한의원) 남편과 자주 가는 막걸리집이 있다. 무한 반복으로 흘러나오는 7080 노래가 무척 정겨운 곳이다. 그날도 기분 좋게 한잔 하던 차였다. 그런데 갑자기 옆 테이블에 있던 청년이 주사를 시작했다.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할 때까진 그러려니 했는데, 소주병을 집어던지는 바람에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같이 온 일행이 청년을 데리고 나가서 잘 마무리되긴 했지만, 마음이 상한 우리는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술 취한 사람이 제일 무섭고, 주사 부리는 사람이 제일 싫어!” 궁시렁 궁시렁 하며 집으로 돌아왔는데 큰아이가 평소보다 일찍 집에 와 있었다. 술 냄새가 솔솔 풍긴다. 친구들과 한잔 했단다. 요놈, 취했다. “엄마, 내 나이가 스물다섯인데, 아직까지 독립도 못 하고... 엄마 아빠한테 얹혀살고 있어서 너무 미안.. 2019. 9. 26.
<제65호> 손톱 끝 봉숭아 몇 밤만 지나면 질터인데..._이영희(회원, 원영한의원) “엄마, 벌써 반이나 없어졌어요.” 손톱을 들어 보이며 막내는 제법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어느새 저만큼 자랐는지 봉숭아물이 절반이나 지고 없다. “첫눈 올 때까지 있어야 첫사랑이 이뤄진다는데... 어쩌냐...” 농담 삼아 던진 말에 아이는 씩 웃는다. 무슨 소리냐며 펄펄 뛰지 않는 걸 보니, 뭐가 있긴 한가 보다. “엄마도 첫사랑 이루고 싶어요?” 대체로 둔한 편인 내가 유독 예민한 것이 있다면, 그건 피부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화장도 못하고 악세사리도 착용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1년에 한 번, 맘 놓고 멋을 부릴 수 있는 날이 있으니, 바로 봉숭아물을 들이는 날이다. 알러지 반응을 걱정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일이다. 뭐가 그리 바빴는지 어느 시골 마을 담장 밑에 피어 있는 봉숭아를 보고.. 2019. 9. 26.
<제64호> 시절 인연_이영희(회원, 원영한의원) 서울엘 갔다. 오랜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대학시절 거의 매일 붙어 다니던 친구들이다. 넷이 같이 모이기는 25년 만. 학교 졸업 후에 20년 가까이 소식을 모르고 지내다 어느 날인가 갑자기 보고 싶어 수소문을 했다. 다행스럽게도 어렵지 않게 연락이 닿았다. 라고 불렸던 친구는 이제 이마가 벗겨지고 살이 올라 별명이 무색해졌지만, 선한 눈빛은 그대로였다. 돌과 나무에 글과 그림을 새기는 전각예술가가 되어 있었다. 한 친구 - 친구라 말하지만 얼마 전에야 나이를 물어봤다. 학교 다닐 때, 덥수룩하게 늘 수염을 기르고 다녀 지레짐작 서른 가까이 되지 않았을까 했는데, 놀랍게도 나보다 달랑 5살이 많더라 - 는 출가하여 스님이 되었다. 하지만 40여명의 아이를 보살피는 아빠 스님이다. 또 한 친구, ‘노래.. 2019.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