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산 위에서 부는 바람97 오늘부터 1일 오늘부터 1일. 잔디 한낮은 뜨겁고, 밤은 서늘하다. 꽃피는 한낮은 찬란하고, 꽃 지는 밤은 아름답다. 한낮의 오이 넝쿨 잎은 열매 오이에게 그늘을 선사하며 축 늘어져 있고, 한밤의 오이 잎은 달의 기운을 받아 축 늘어져 있던 잎을 일으켜 반듯하게 자신을 펴서 스스로를 지킨다. 밤 동안에도 열매를 키운다. 달빛을 벗 삼아, 별빛을 위로 삼아 밤을 지새우며... 하지가 가깝다. 화요일 밤 9시의《분노, 죄책감, 수치심》책 읽기 열 두 번의 만남이 끝났다. 가을에 새로운 책 읽기를 약속하며 휴식에 들었다. 리.. 2024. 6. 25. 부추밭 부추밭 잔디 지금의 나는 그저 시골사람이지만,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의 삶을 처음 시작했던 이십여 년 전 그때, 내 마음에 들어와 충만한 에너지로 채워주는 두 가지 풍경이 있었다. 집에서 나와 어쩔 수 없이 매일 오가며 마주칠 수밖에 없었던 부추밭과, 모내기를 하기 전 물로 채워진 무논이었다. 허리를 몇 백 번 폈다 접었다 하며 논흙 한 삽 한 삽 떠서, 구멍 난 곳을 채우고 울퉁불퉁한 면은 고르게 흙을 발라놓은 논두렁. 매우 정갈한 도자기 작품처럼 구부러진 논두렁을 매끈한 곡선으로 만드시는 어르신의 작업과 작품을 봄이면 볼 수 있어서, 물로만 채워진 그 논을 밤에 몰래 가서 한참 바라보던 때가 있었다. 그 논이 있는 마을에 지금은 살지않지만, 지금도 여전히 오가며 모내기철에 바다처럼 빈 논과 논 옆에 .. 2024. 5. 27. 시~~~~작! 시~~~~작! 잔디 기다렸다는 듯이 연두를 한꺼번에 튀겨내던 나뭇가지들은 어느새 연두를 키워 초록빛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매일 매일 옷을 갈아입는 나무들을, 만날 만날 꽃을 피워내는 꽃마리를, 아직 어린 연두를 키우는 감나무 가지 끝을 바라보는 일은 즐거움이다. 명치 끝에서 혹은 배 안쪽에서 간질간질한 무엇인가가 생겨나 몸 전체를 가벼움과 자유로움으로 채워주는 순간을 맞이하는 기쁨이다. 여기가 대추밭이야? 제비꽃밭이야? 감탄케 하던 밭에서 이제 제비꽃도 대추나무싹도 같이 자란다. 대추나무 몸에서 연두가 쏟아져 나온다는 것은 봄이 할 일을 다했다고 해석한다. (물론 봄이 여기에 더 오래오래 머물러주기를 바란다.)요사이 초록과 파란 하늘의 경계가 한결 더 아름답다. 서로 어우러져 피어나 뒤서거니 앞서거니 하.. 2024. 4. 25. 이전 1 2 3 4 5 6 ··· 3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