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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산 위에서 부는 바람89

“지금, 어때?” 툭, 톡, 탁. 잔디 어느 날, 딸 아이가 갑자기 ‘툭’ 말하였다. “ 내가 4, 5학년 때 엄마랑 아버지가 매일 싸워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언제 이혼하려나 불안하기도 했고.” 아, 그랬구나... 힘들었겠네. 말을 건네면서도 내 머릿속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흘렀다. ‘내가 언제 싸웠다는 것이지? 아이들 앞에서 큰 소리 내어 싸운 적이 없는데. 그러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했는데.’ 그때의 나는 나와 힘(권력)이 엇비슷하다고 여겨지는 상대들에게 듣기 좋은 말은 자주 건넸지만, 상대가 들어서 불편하다고 여겨지는 말은 내 생각 속에서만 빙빙 돌리는 그런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딸 아이가 3년이나 지난 이야기를 ‘툭’ 하는 것을 듣고 나서는, 이 이야기가 나에게 걸어오는 이유가 무엇일까를 며칠 동안 곰곰 생각하였.. 2023. 7. 25.
나의 이야기와 나 나의 이야기와 나 잔디 ‘이야기 치료적 자기분석 보고서’학교 과제를 수행하는 친구 곁을 서성이다 보게 되었다. 여러 가지 이야기 치료적 방법이 있지만, 미국의 발달심리학자 맥아담스가 인생의 8가지 중요한 사건들이라는 참고자료도 있었다, 나도 친구 따라 시도해보았다. 이 과제는 나의 삶에서 겪었던 여덟 가지의 중요한 경험 기술하기를 기반으로 한다. 내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는지? 내 인생에서 가장 밑바닥에 떨어졌을 때는 언제였는지? 나 자신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사건은 무엇이었는지? 가장 어렸을 때의 기억은 무엇인지?(가장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 나의 아동기와 관련된 기억은 무엇인지? 청소년기의 경험과 기억이 현재 나와 어떤 연관을 갖고 있는지? 20.. 2023. 6. 26.
<133호> 다녀왔습니다. 다녀왔습니다 잔디 친하지는 않지만, 어릴 적부터 내가 자라오면서 일 년에 두 세 번은 ‘친척’이라는 이름으로 만나 온 사람들이 총출연하는 자리에 갔다. 태어나서 처음 발 딛는 양평 땅. 운전하면서 본 양평대교 아래 흐르는 큰물이 인상적이었다. 이번 결혼식과 강원도 나들이의 참여자는 나를 포함한 우리 집 십대 초반의 사람 두 명이었는데, 인기가 좋았다. 딸아이에게 나의 어릴 적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단어로 말했다. “어이구, 엄마 닮았네.”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저 웃던 딸아이는 기분이 어땠을지 아직 묻지 않았다. 어쨌든 늘 만나던 장소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나의 엄마를 만나고, 엄마랑 가만히 앉아 밥 먹을 수 있어서 그것만으로 편안했다. 그래도 두리번거리게 되는 눈길. 연회장 흰 .. 2023. 5.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