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식지/산 위에서 부는 바람89

계속 쓰기 계속 쓰기 잔디 가방 안에 네 가지가 더 들어가 있다. 다이어리, 은유 공책, 모닝페이지 공책, 이번 주의 시집. 함께 공부하는 선생님들의 겨울방학 시기 따라 준비된 일정으로 개강할 수 있게 된 수업. 수강자 수가 부족하여 세 번 정도 열리지 못했던 시 수업. 들을 수 있어서 좋다. 시를 통해 결국은 삶의 비밀을 품거나, 삶의 가벼움을, 자유로움을 문득 알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는 것도 재미있다. 이 수업을 시작하면서 시인 강사는 제안을 한 가지 하였다. ‘계속 쓰기’의 작업으로 아침마다 5시 47분 즈음에 줌으로 열어 놓을 터이니 모닝페이지를 함께 써보자는. 언니들과 하는 독서모임에서 모닝페이지를 제안하고 한동안 쓰다가 그 작업을 멈춘 나로서는 정말 고마운 제안이어서 함께 하고 싶다고 번쩍 손을 들었다... 2024. 1. 26.
무해한 무해한 잔디 나는 무해한 존재이고 싶었다. 언 강 위에 떠 있는 배처럼 한겨울 움직이지 못하여도 한탄하거나 춥다고 말하지 않으며, 따뜻한 봄이 되어 물이 흐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함께 흐르는 존재. 한탄은 사치이고, 춥다고 말하는 것은 소음이라 여겼다. 혹은 내 안의 온기로 바깥의 차가움을 충분히 견디어낼 수 있다고 자만했던 것 같기도 하다. 겨울날에도 해는 늘 떠오르고 등 뒤로 머리 위로 닿는 햇살의 온기로 충분하다고 스스로에게 외치며, 내가 생각한 대로 삶이 흐르지 않아도, 삶이 흘러도 그저 묵묵히 흘러 여기까지 왔다. 무해한 존재이고 싶다는 마음으로. 무해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최대한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일까? 최대한 에너지를 아껴 쓰고, 그 에너지 앞에 나를 떨게 하는 것일까? 최대한 물을 .. 2023. 12. 26.
보살핌 보살핌 잔디 어젯밤, 의자에 반쯤 걸쳐 앉아 허리를 좀 쭉 펴고, 발바닥을 방바닥에 대고 나무가 되는 상상을 하며 한 시간쯤 미술치료 작업을 했다. 줌을 통해 마주한 치료사의 안내에 따라 나무줄기에 적어보고, 눈으로 읽고, 소리 내어 나 자신에게 들려주며 울컥하는 감동의 순간을 맞았다. 두 권의 책을 읽으며 마음속으로 만나고 나도 가까이에서 몸으로 이분을 한 번 만나보았으면 좋겠다 싶었다. 이미 글로 만났지만. 그분이 스물 한 명의 다른 미술치료사분들과 연대하여 준비한 닷새간의 무료 여정. 오픈채팅방에 닷새 동안의 준비물과 안내가 공지되었고, 친구들에게도 공유하였고, 참여하였다. 제주에 살고 있는, 떨지 않는 목소리의 그는 벅차 보였고, 몹시 떨린다고 숨을 한 번 크게 내쉬고, 그저 나누면서도 참여해 주.. 2023. 1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