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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거울52

<107호> 어떤 위로_계희수(회원) 얼마 전까지 병원 신세를 지고 있었다.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사고 직후 서 있기 힘든 허리통증을 시작으로, 다음날부터 본격적으로 목과 손목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다. 예상하지 못한 채로 꼼짝없이 2주를 병원에 갇혀있어야 한다는 건 무진장 답답한 일이었다. 코로나19로 환자의 외출과 면회가 전면 금지되면서 가뜩이나 사회로부터 격리된 병원이라는 특수한 공간은 한층 더 고립됐다. 도시가 무채색에서 유채색으로 변하는 찰나의 시간을 1년 중 가장 좋아하는데, 올해는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그림 보듯 눈으로 감상해야 했다. 가벼운 차림으로 거리를 걷는 사람들을 창밖으로 내려다보면서, 밖을 쏘다녀 본 적 없는 사람마냥 청승을 떨었더랬다. 병원 안 감염병 관리는 철저히 이루어졌다. 좁은 4인 병실에서 그마저도 커.. 2021. 3. 30.
<106호> 변화는 있어도 변함은 없기를_계희수(회원) [변화는 있어도 변함은 없기를] 친구가 내민 청첩장에 쓰여 있던 말장난 같은 글귀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변화’는 무엇이고 ‘변함’은 또 무언가. 둘은 같은 의미가 아닌가? 아리송했지만 그 뜻이 ‘둘의 상황과 외형에 변화는 있을지언정 마음만은 변치말자’ 쯤이라는 걸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언어유희 속에 이렇게 큰 뜻을 담아냈다니…. 기특한 마음에 어떻게 이런 문구를 생각했느냐고 친구에게 물으니, 청첩장 기본 템플릿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정체 모를 배신감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2년 전에 받은 청첩장 문구가 새삼 자꾸 떠오르는 까닭은 내가 변함과 변치 않음에 관한 생각을 자주 하고 있기 때문일 터다. 며칠 전 한 야인을 만나러 고요한 마을에 들른 적이 있다. 아버지뻘 되는 야인은 백발이 무색하게도 ‘빨.. 2021. 2. 23.
<105호> 겨울과 마당_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활동가, 회원) 이사 온지 벌써 두 달이 다 되어 가지만, 집 앞 마당에 소복소복 눈이 쌓인 걸보고서야 마당 딸린 주택에 이사 온 것이 실감이 났다. 갓난아이처럼 귀엽고 흠 없이 반짝이는 모습은 경이로워서 한동안 쳐다보게 만들었다. 이사 오고 처음으로 맞이하는 모충동의 겨울. 쓰윽-쓰윽, 싹, 싹. 대문 너머 골목에는 이웃집 할머니의 비질 소리가 들려온다. 50년은 더 된 오래된 가옥은 최근까지 몇 번의 공사를 거쳤다고 한다. ㄷ자 모양의 마루(거실?) 공간 앞쪽을 ㅁ자가 되도록 증축했고 집 왼쪽편을 조금 증축해서 보일러실과 현대식 화장실을 두었다.(전에는 어딘가에 재래식 화장실이 있었겠지?) 그리고 보일러실이 있는 곳에 현관문을 두어 기괴함을 더했다. 본채와 마주보는 자리에는 창고들이 칸칸이 있었는데 문 달린 곳으로 .. 2021. 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