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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산 위에서 부는 바람102

우리 뒷집 할머니 우리 뒷집 할머니 잔디 설연휴 전날 트럭에 짐을 가득 싣고, 할머니 앞집으로 이사를 했다. 드디어 우리 뒷집 할머니의 앞집 사람이 된 것이다. 외딴집 생활을 십 년 넘게 한 나는 할머니는 어떤 마음으로 외딴집 생활을 해오셨을까 생각해 본다. 할머니 연세가 올해 95세이신데, 할머니가 스무살에 혼인을 하셔서 이곳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셨다고 가정할 때, 할머니는 칠십 년 이상 외딴집 생활을 하셨을 것이다. 외딴집은 마을에 혹은 마을 구성원이기도 하지만 외딴집만의 어떤 자유로움, 소속되지 않을 그런 포지션을 함께 소유(?)하고 있다. 그래서 소속감으로 충만하기도 하지만, 가끔의 외로움이 찾아온다. 물론 아이들이 어리고 숨 쉬는 것조차 잊어버릴 때에는 외로움이라는 것이 나를 모르는 체하지만, 가끔 의자에 엉덩이.. 2024. 2. 26.
계속 쓰기 계속 쓰기 잔디 가방 안에 네 가지가 더 들어가 있다. 다이어리, 은유 공책, 모닝페이지 공책, 이번 주의 시집. 함께 공부하는 선생님들의 겨울방학 시기 따라 준비된 일정으로 개강할 수 있게 된 수업. 수강자 수가 부족하여 세 번 정도 열리지 못했던 시 수업. 들을 수 있어서 좋다. 시를 통해 결국은 삶의 비밀을 품거나, 삶의 가벼움을, 자유로움을 문득 알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는 것도 재미있다. 이 수업을 시작하면서 시인 강사는 제안을 한 가지 하였다. ‘계속 쓰기’의 작업으로 아침마다 5시 47분 즈음에 줌으로 열어 놓을 터이니 모닝페이지를 함께 써보자는. 언니들과 하는 독서모임에서 모닝페이지를 제안하고 한동안 쓰다가 그 작업을 멈춘 나로서는 정말 고마운 제안이어서 함께 하고 싶다고 번쩍 손을 들었다... 2024. 1. 26.
무해한 무해한 잔디 나는 무해한 존재이고 싶었다. 언 강 위에 떠 있는 배처럼 한겨울 움직이지 못하여도 한탄하거나 춥다고 말하지 않으며, 따뜻한 봄이 되어 물이 흐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함께 흐르는 존재. 한탄은 사치이고, 춥다고 말하는 것은 소음이라 여겼다. 혹은 내 안의 온기로 바깥의 차가움을 충분히 견디어낼 수 있다고 자만했던 것 같기도 하다. 겨울날에도 해는 늘 떠오르고 등 뒤로 머리 위로 닿는 햇살의 온기로 충분하다고 스스로에게 외치며, 내가 생각한 대로 삶이 흐르지 않아도, 삶이 흘러도 그저 묵묵히 흘러 여기까지 왔다. 무해한 존재이고 싶다는 마음으로. 무해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최대한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일까? 최대한 에너지를 아껴 쓰고, 그 에너지 앞에 나를 떨게 하는 것일까? 최대한 물을 .. 2023. 1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