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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산 위에서 부는 바람102

보살핌 보살핌 잔디 어젯밤, 의자에 반쯤 걸쳐 앉아 허리를 좀 쭉 펴고, 발바닥을 방바닥에 대고 나무가 되는 상상을 하며 한 시간쯤 미술치료 작업을 했다. 줌을 통해 마주한 치료사의 안내에 따라 나무줄기에 적어보고, 눈으로 읽고, 소리 내어 나 자신에게 들려주며 울컥하는 감동의 순간을 맞았다. 두 권의 책을 읽으며 마음속으로 만나고 나도 가까이에서 몸으로 이분을 한 번 만나보았으면 좋겠다 싶었다. 이미 글로 만났지만. 그분이 스물 한 명의 다른 미술치료사분들과 연대하여 준비한 닷새간의 무료 여정. 오픈채팅방에 닷새 동안의 준비물과 안내가 공지되었고, 친구들에게도 공유하였고, 참여하였다. 제주에 살고 있는, 떨지 않는 목소리의 그는 벅차 보였고, 몹시 떨린다고 숨을 한 번 크게 내쉬고, 그저 나누면서도 참여해 주.. 2023. 11. 27.
따뜻함을 바르기 따뜻함을 바르기 잔디 아침에 빨래바구니를 옆구리에 끼고 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가면 눈길 닿는 곳에, 한 아름 초록 이파리와 함께 아기 손톱만한 소국 꽃봉오리가 며칠째 앙증맞은 주먹을 꼬옥 쥔 채 벌리지 않다가, 오늘은 엄지손가락 한 개를 조심스레 펴듯 살짝 노란 빛깔을 보여주었다. 서늘한 가을바람 안에서, 한낮엔 바람도 어쩌지 못하는 따가운 가을 햇살 아래서. 어떤 노랑을 보면 웃음이 나오고, 어떤 노랑을 보면 눈물이 흐를 텐데 올해 소국이 보여주는 노랑을 만나면 어떤 감정이 나에게서 발견될까 궁금하다. 몇 번을 들어도 어색했던 강사와 아무리 무료강의라도 화면으로 마주 앉아있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불편하여 들어가지 말까, 들어갈까 망설이다 그래도 한 문장은, 그래도 한 단어는 하는 기대를 가지고 귀에.. 2023. 10. 25.
저마다 별을 품고 저마다 별을 품고 잔디 들판이 가을빛으로 흔들리고, 크고 작은 나팔꽃과 여뀌, 고마리, 쑥부쟁이, 익모초꽃이 바람 따라 피어나는 지금, 나의 부엌, 작은 창가에서는 백정화가 자라고 있다. 봄에, 한 달에 한 번 서는 마을장터에서 만 이천원을 미니선생님에게 주고 안고 왔다. 흰 꽃이 피어서 백정화라는 이름으로 불리운다고 하는데, 아직 꽃은 만나지는 못했다. 꽃말은 관심, 당신을 버리지 않겠어요, 라고 하는데, 두메별꽃이라는 이름도 갖고 있어서 꽃이 참으로 궁금하여 가끔 물을 흠뻑 부어주며 기다리고 있다. 꽃모양과 꽃향기가 궁금하다. 설레인다. 그 화분 옆에는 로즈마리가 자라고 있다. 로즈마리는 5월엔가 막내가 엄지손톱만한 로즈마리를 삽목하여 들고 왔는데 코코넛 껍질로 만든 화분 안에서 자라고 있는 것이다... 2023. 9. 25.